[해양수도 민낯](상) "이전하면 끝?"…입주기관 만족도 10%도 안돼
말뿐인 첨단해양과학기술 혁신거점…교통 불편·편의시설 전무
입주기관들 "이런 상황 지속하면 혁신도시 시즌2 미래 없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끌어들이면 끝인가요. 그 이후는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산 영도 동삼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 직원들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삼혁신도시는 해양·수산 관련 13개 공공기관과 모여있는 해양혁신지구다.
2007년 동삼 혁신지구 조성 계획이 발표된 이후 2011년 해양환경교육원 입주를 시작으로 2017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까지 총 13개 기관이 들어왔다. 직원 수만 1천700여명에 달한다.
이전 기관들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고 '혁신도시 시즌2' 정책 방향을 구체화했다.
첨단해양 신산업을 특화 발전시키기 위해 2천300억원을 투입해 부산을 첨단 해양과학기술 혁신거점인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빌리지로 만들 것이라고 정부와 부산시는 발표했다.
하지만 입주기관들은 정부가 혁신도시를 건설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직원 정주 여건조차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혁신도시 시즌2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 이전 기관 만족도 10%도 안 돼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이주석 교수가 동삼혁신도시 정주 여건 분석을 위해 이전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6개 기관 직원 중 출신지가 부산이 아닌 직원 67명을 대상으로 동삼혁신도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한다'는 답변은 6명밖에 없었다. 매우 만족한다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이 37명으로 제일 많았고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이 9명, '보통이다'고 답한 직원이 15명이다.
절반 이상 직원들이 동삼혁신도시로 이전 후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불만족 이유로는 '생활편의시설 부족'과 '교통 불편'을 꼽은 직원이 33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2015년 2월 이전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체 조사에서도 정주 여건에 대한 불만을 엿볼 수 있다.
기관 이전 이후 건강상태를 묻는 조사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직원이 40.9%나 됐다. 건강 악화 원인으로 26.9%가 불규칙한 식습관을 꼽았다.
또 응답자 52.6%가 출퇴근 시 애로사항으로 대중교통수단 부족을 꼽았다.
지하철이 없는 상황에서 버스 운행 수가 적어 출퇴근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해양수도 의지 있나?"…열악한 정주 여건
동삼혁신도시 정주 여건에 대한 문제는 혁신도시 조성 초기부터 꾸준하게 제기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이전 기관들은 말한다.
13개 기관과 부산시, 해수청, 영도구청 참여한 해양클러스터협의회에서 정주 여건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하게 거론됐지만, 여전히 열악하다는 게 입주기관들 설명이다.
현재 동삼혁신도시에 들어오는 대중교통수단은 시내버스 2대가 유일하다.
구내식당을 제외하면 식당도 하나도 없다.
편의점, 은행 등 편의시설도 2∼3㎞가량 떨어져 있다.
정주 여건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동삼혁신도시 중간지점에 해양과학거점이라는 혁신도시 취지는 물론 편의시설 개선과도 동떨어진 유남규 탁구장을 짓는바람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입주기관과 노동조합 등은 동삼혁신도시 곳곳에 '이전 기관 종사자는 시민이 아니더냐', '해양혁신클러스터 내 탁구체육관 건립 결사반대' 등 현수막을 붙여 놓은 상태다.
입주기관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탁구체육관 건설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입주기관 연구원은 "국가 단위 연구소가 세계 최고가 돼야 그 연구소가 있는 부산도 최고 도시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시가 어떻게 하면 이 연구소를 최고로 이끌어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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