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다양성 화두
'로마' '더 페이버릿' 각각 10개 부문 후보 올라
'블랙팬서' 히어로물 가운데 첫 작품상 수상할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미국 최대 영화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91회째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시상식 화두는 '다양성'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스페인어로 만든 흑백영화 '로마'와 여성들 이야기를 그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각각 최다인 10개 후보에 올랐다.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블랙클랜스맨')을 비롯해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로마'), 그리스 요르고스 란티모스('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폴란드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콜드 워')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다.
슈퍼 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블랙 팬서'가 수상에 성공해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깰지도 관전 포인트다.
◇ 넷플릭스 '로마' vs 여성 앞세운 '더 페이버릿'
넷플릭스가 제작한 '로마'는 작품상,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얄리차 아파리시오), 여우조연상(마리나 데 타비라), 촬영상, 각본상, 미술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총 10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쿠아론 감독이 1970년대 초반 혼돈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준 유모를 떠올리며 만든 자전적 이야기다.
지난해 9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넷플릭스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넷플릭스가 오스카 작품상에 도전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맨), 여우조연상(에마 스톤·레이첼 와이즈), 촬영상, 의상상, 편집상, 미술상 10개 부문 후보를 배출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 이야기를 그린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열연한 '스타 이즈 본'(총 7개 부문 후보),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 출신 백인 운전사가 남미 투어 공연을 함께 하면서 우정을 쌓는 과정을 다룬 '그린 북'(5개 부문), 마블 영화 '블랙 팬서'(7개 부문), 인종차별을 다룬 '블랙클랜스맨'(6개 부문), 전설의 그룹 퀸을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5개 부문), 미국 부통령이던 딕 체니의 삶을 조명한 '바이스'(7개 부문) 등 총 8편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 가운데 '블랙 팬서'는 최근 미국 배우조합(SAG)이 주는 작품상을 받아 슈퍼 히어로 영화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기존 슈퍼 히어로 영화 가운데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수상이 유력시됐으나, 끝내 작품상 후보로도 지명되지 못했다.
◇ 남녀 주연상은 라미 말렉, 글렌 클로스 유력
남우주연상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골든글로브(드라마 부분)와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그는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빙의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바이스'에서 딕 체니로 파격 변신한 크리스천 베일도 유력 수상 후보다. 조지 W.부시 대통령 정권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딕 체니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머리를 밀고 20㎏ 이상 살을 찌우면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더 와이프'에 출연한 72세 노장 글렌 클로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타 작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 헌신한 아내 역을 연기한 글렌 클로스 역시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연달아 받으며 아카데미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글렌 클로스는 데뷔작 '가프'(1982)로 제55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1987년 '위험한 정사'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상에만 6번 노미네이트 됐으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일곱 번째 도전에서 '한'을 풀지 주목된다.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와 '더 페이버릿'에서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도 유력 후보다.
남녀 조연상 수상자로는 '그린 북'에서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기한 마허샬라 알리, '더 페이버릿'에서 여왕의 총애를 받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비 게일을 연기한 에마 스톤이 거론된다.
올해 시상식은 30년 만에 공식 사회자 없이 열린다. 유명 인사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다양한 부문의 후보자를 소개하고 수상자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TV조선은 한국시간으로 25일 오전 10시부터 시상식을 생중계한다. MC로는 오상진 전 아나운서와 방송인 안현모,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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