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회사 운영해 세금 포탈…벌금 28억 '폭탄'
법원 "매출 80% 누락…거래내용 적극적으로 숨겨"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의류제조 판매업자가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세금을 일부만 냈다가 재판에 넘겨져 벌금 폭탄을 맞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영환 부장판사)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 정모(58)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28억2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한 세무서 직원은 2015년 3월 정씨의 회사를 방문해 세무조사를 하던 중 사무실에서 우연히 USB를 발견했다.
USB 안에는 이 회사의 수년간 매출 내용이 담겼고 세금 포탈도 확인돼 이 직원은 정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정씨가 2011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거래처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매출의 80%를 누락, 세금 17억7천여만원을 고의로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정씨는 "고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해 특별한 비판 없이 동대문 의류 시장의 일상적인 관행을 무작정 답습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가 직원을 시켜 거래 자료 일부를 태운 점에 주목,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정씨가 세금 신고 업무를 직원에게 일임하지 않고 혼자 세무사를 통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도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세금계산서를 일절 받지 않는 수법으로 매입 내용 대부분을 숨겼고 공식적인 장부를 작성하지 않아 거래내용을 적극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이 의류를 판매하던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는 매입·매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현금 거래가 빈번했는데 이 같은 거래 형태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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