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끝나자 수출 두달째 감소…유가·중국도 고민
"경쟁력 악화보다는 경기순환적 요인"…하반기는 수출 안정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달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데는 한국 수출의 '주력 3형제'인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단가하락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미·중 통상분쟁, 노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 등 대외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일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것은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 점유율을 잃은 데 따른 구조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경기순환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월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로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수출 단가는 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IT기업의 구매연기·재고조정 등으로 인한 가격 하락 영향 때문에 23.3% 감소한 74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9월 최고 실적(124억3천만달러)을 달성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국제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7% 하락한데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석유화학 수출은 같은 기간 5.3% 감소한 39억8천만달러를, 석유제품은 4.8% 감소한 34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메모리 가격과 국제유가는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추세에 따라 하반기에는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대중 수출(108억3천만달러)이 19.1% 감소한 요인도 수출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서도 대중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아울러 미중 통상마찰 와중에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 등을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기반으로 다시 미국에 되파는 무역구조에서 수출은 이중 타격을 받았다.
수출이 어렵기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중국(-4.5%), 일본(-3.2%), 대만(-3.0%), 싱가포르(-4.1%) 등이 작년 12월부터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1월 무역수지가 우려와 달리 흑자를 유지한 데는 막판에 일반기계(1.7%, 45억달러)와 철강(3.3%, 28억달러) 등의 수출 증가가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일부 주력품목과 2차전지 등 신수출성장동력 품목 수출도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는 지난해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 때문에 2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13.4%, 36억7천만달러)했다.
지난해 가전 수출을 제친 2차전지는 1월에도 14.5%(6억6천만달러)로 두 자릿수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12.8%(8억달러)로 순조로운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억달러를 돌파하며 2년 연속 두 배 수준의 수출 급성장세를 보인 전기차의 경우 1월에도 184.7%(2억8천만달러)로 고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소·중견기업 수출비중이 높은 플라스틱제품, 정밀화학원료, 가구 등도 히든 수출품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 제품은 과거부터 안정적인 증가세로 수출을 지탱해 왔으며 플라스틱의 경우 1월 13.9%(8억9천만달러)의 증가세로 볼 때 올해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력시장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도·독립국가연합(CIS) 등 신남방·신북방 시장의 증가세가 지속됐다.
미국의 경우 미중 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달리 2년 연속 상승세로 1월도 20.4%(62억1천만달러)로 4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EU 역시 5년 연속 수출비중이 상승세로 1월도 11.9%(50억3천만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2년 연속 수출 6천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월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처별 수출 대책을 집대성한 수출활력제고방안을 수립하고, 분야별 수출 대책을 연중 시리즈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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