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 사우디 공연…서방 여성 가수로는 처음

입력 2019-02-01 05:20
머라이어 캐리 사우디 공연…서방 여성 가수로는 처음

"'여권 탄압' 사우디 이미지 세탁에 이용" 비판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세계적인 미국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서방의 여성 가수가 사우디에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남성의 입장도 허용됐다.

그간 사우디에서는 아랍권 여성 가수만 콘서트를 드물게 열었고 그나마 실내 공연장에서 여성 관람객만 볼 수 있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머라이어 캐리에게 홍해변 KAEC(압둘라국왕경제시티)에 특별히 설치된 야외 공연장을 파격적으로 허용했다.

스탠딩 형태의 관중석은 남녀 구역으로 나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환호하는 사우디 팬 앞에서 히트곡을 열창했다.

평소 몸매를 강조하는 의상을 즐겨 입는 머라이어 캐리는 이날만은 사우디 공연임을 고려해 은박이 박힌 긴 검은색 드레스로 온몸을 가렸다.

이번 콘서트는 이날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 골프대회인 유러피언 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의 개막에 맞춰 열렸다.

이번 콘서트를 앞두고 머라이어 캐리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우디 인권 운동가들이 사우디 정부의 '보여주기식 문화 개혁'에 머라이어 캐리가 이용된다며 인터넷을 통해 그에게 콘서트를 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우디 정부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구속하고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그간 금지한 이런 대중문화 행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콘서트는 실제로 시기가 좋지는 않았다.

지난달 사우디의 남성 보호자 제도를 피해 사우디 10대가 귀국을 거부하고 캐나다로 망명한 사건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여성 인권 실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수감된 사우디 여성 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의 남동생은 31일 CNN에 "누나는 감옥에서 채찍질과 전기고문을 당한다. 머라이어 캐리가 무대에서 누나의 석방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누나도 당신의 콘서트에 가고 싶지만, 여성을 위해 감옥에 있다"고 비판했다.

머라이어 캐리 측은 이런 취소 요청에 "사우디에서 처음 공연하는 국제적 여성 가수로서 이번 콘서트의 문화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캐리는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고 답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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