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판결' 비난 들끓자 법조계 "정권 눈치 보란 얘기냐"

입력 2019-01-31 19:04
수정 2019-01-31 19:10
'김경수 판결' 비난 들끓자 법조계 "정권 눈치 보란 얘기냐"

대한변협 "근무경력 이유로 법관 비난, 사법부 독립 침해" 반발

판사들 "누가 소신껏 재판하겠는가" 성토…김명수 대법원장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을 두고 여당에서 거친 비난을 쏟아낸 데 대해 법원 안팎에선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반발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지사의 선고에 대해 "적폐 세력의 보복 판결"이라며 사법부와 김 지사의 재판을 담당한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성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재판 결과와 연결지어 "보복 판결"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성 부장판사를 파면시키라거나 그가 사퇴해야 한다는 글들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비단 정치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탄핵소추 대상 판사 명단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성 부장판사도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할 때 형사 수석부장에게 관련 비밀을 누설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김 지사의 1심 판결을 두고 여당과 일부 시민 사회가 '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오자, 이런 대응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반론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이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 "어느 판결이든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는 재판에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이어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며 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치열한 논리와 증거로 다퉈야 한다는 게 법치국가의 당연한 원칙"이라며 정치권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서초동의 변호사들도 "이번 정권은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와야 정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거나 "외부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는 등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당사자인 법원 내에서도 '해도 너무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이런 식으로 과거 이력까지 끌어다 붙여서 비난하면 앞으로 누가 소신껏 형사 재판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건 정권 눈치 보라는 얘기밖에 더 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지방의 한 판사 역시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보복성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고 우려했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 역시 "법관이 증거에 따라 판결한 데에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굳은 표정만 지으며 말없이 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퇴근 때도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경수 구속' 후폭풍…명절 앞두고 여야 대치 '팽팽' / 연합뉴스 (Yonhapnews)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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