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행·선행지표 동반하락 장기화…"경기 우려 고조"
통계청-한은 엇갈린 4분기 지표…"경기진단 혼란 우려"
(세종=연합뉴스) 이 율 이세원 기자 =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지표가 역대 최장 수준으로 동반 추락하면서 경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서로 엇갈리면서 경기진단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지표 역대급 최장 동반 추락…경기우려 고조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두 경기지표는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동반 하락해 1972년 3월을 저점으로 우리나라의 첫 경기순환주기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장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앞서 두 경기지표는 1971년 7월부터 1972년 2월까지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바 있다.
이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972년 3월 94.7로 우리나라 경기순환주기가 집계된 이후 첫 저점을 기록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98.1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8년 4월 이후 9개월째 하락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8월 12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기간 떨어졌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역시 98.5까지 떨어져 역시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4월(98.5)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수준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갔다"면서 "경기 바닥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세적으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부터 계속 하락세였다"고 강조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 100.7로 정점을 찍은 이후 19개월 연속으로 계속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기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투자는 마이너스고 수출도 버티는 힘이 약해져서 경기 하향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 "투자가 올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후반부터 계속 하향세로 하향 흐름이 지속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경기 순환적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의 잠재적 성장 여력이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 생산·투자 기록적 저조…GDP와는 온도 차
이같이 경기지표가 역대급 최장으로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온도차가 나면서 경기진단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과 비교해 2개월 연속 하락했고 광공업 생산지수나 서비스업 생산지수 역시 2개월 연속 떨어졌다.
연간 지표로 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 상승률은 1.0%로 2000년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낮았다.
광공업(0.3%)은 3년 만에, 건설업(-5.1%)은 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2017년도에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가 가라앉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수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제로 투자를 주도했던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면서 작년 설비투자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4.2% 떨어져 9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주요지표를 보면 전산업생산은 0.3%, 광공업생산은 0.8% 각각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GDP 지표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작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는 1.0%로 예상을 넘었고 제조업의 경제 활동별 성장률은 0.8%였다.
결과적으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한은의 GDP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이 반대인 셈이 됐다.
핵심 통계에서 온도차가 있어 향후 당국의 경기 판단 과정에 혼선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실장은 "양측의 지표가 조금씩 틀릴 수는 있지만, 방향이 틀린 것은 문제"라면서 "경기진단이 잘못돼서 혼란을 줄 수 있고, 잘못된 정책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양쪽의 통계 작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GDP 통계의 경우 부가가치를 측정하지만 산업활동동향의 경우 부가가치 외에 중간 투입까지 포함해 산출하고 있어 차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GDP는 가공·중계 무역 등 해외 생산을 반영하고 있어 해외 생산의 증감에 따른 추세를 반영하지만 산업활동동향 지수는 국내생산만 대상으로 산출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생산기지 국외 이전도 증가하면서 차이에 따른 효과를 증폭했다. GDP에 들어가는 해외 소비 비중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양쪽 통계 모두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인데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발표하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를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중간 투입을 따로 구분해 조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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