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검사' 벗은 KIA 문선재 "고향팀 대표 외야수 되렵니다"
"양현종 선배와는 아직 별말 안했어요"
(영종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안경을 쓴 학구파 고시생 이미지 때문에 '문검사'로 불렸던 문선재(29·KIA 타이거즈)가 이적을 계기로 외모 변신을 시도했다.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KIA 구단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난 문선재는 안경을 벗으니 딴 사람 같았다.
그는 "얼마 전에 라식 수술했다. 수술할지 말지 고민을 3년 정도 했는데, 새롭게 팀을 옮겼으니 뭔가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한 문선재는 2010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7시즌을 LG에서만 뛰었다.
멀티플레이가 장점인 그는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올라운드 수비가 가능하다. 심지어 포수 마스크까지 쓴 경험도 있다.
그러나 부상 등의 이유로 최근 2∼3년 동안은 주전에서 밀려나 백업멤버로 뛰었다. LG에서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문선재는 올해 초 차명석 LG 단장에서 면담을 요청한 뒤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차 단장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지만, 변화가 절실했던 문선재의 뜻이 워낙 확고했다.
결국 문선재는 지난 17일 KIA 좌완 투수 정용운과 맞트레이되면서 고향 팀에서 뛰게 됐다. 원하던 이적이었지만 오랜 기간 입었던 LG 유니폼을 벗으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LG 팬들이 붙여준 '문검사'라는 별명에 애착이 남달랐던 문선재는 안경을 벗는 것으로 LG에서의 기억과 작별했다.
그는 "고향 팀이긴 하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하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문선재는 '양현종 킬러'로 유명하다. KIA의 에이스인 양현종을 상대로 2016년에는 무려 타율 0.538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다.
문선재는 양현종이 이적을 반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양현종 선배가 뭐 사준 것은 없었다. 사실 별 말을 안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문선재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과 빠른 발, 작전 수행 능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타는 물론 대수비와 대주자까지 두루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향 팀에서 심기일전해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하는 문선재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겨야 하는 건 당연하다.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주시든 충실히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주전 외야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KIA의 외야수하면 문선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선재가 과연 '탈 LG 효과'(LG를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해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 붙는 수식어)를 누리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될지도 팬들의 관심사다.
그는 "LG 팬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지만, 저도 그 효과를 누렸으면 좋겠다. 저도 다른 선수들처럼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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