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윤세아 "노승혜는 우리 엄마, 전 세리였죠"

입력 2019-02-01 12:00
'SKY캐슬' 윤세아 "노승혜는 우리 엄마, 전 세리였죠"

"남편은 물론 모든 인물이 이해된 게 작품 인기비결 같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깨고 싶지 않은 꿈 같죠. 요즘 기분, 제 표현력으로는 차마 표현도 못 하겠어요."

2005년 데뷔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고 흥행한 작품도 적지 않았지만 윤세아(본명 김보영·41)에게 JTBC 금토극 'SKY 캐슬'은 연기도 외모도 가장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던 작품이 됐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세아는 "제 능력, 제가 가진 것보다 크게 조명받고, 정말 예쁘게 포장해주셔서 책임감이 생긴다"며 "심지어 '별빛승혜'라는 애칭까지 생겼는데 정말 큰 선물이다. 이젠 좀 뻔뻔해졌는지 이 순간을 누리며 행복해하는 중"이라고 웃었다.



노승혜는 세 아이 엄마로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피라미드 맨 꼭대기' 밖에 모르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의 기에 눌려 늘 긴장 속에 산 인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외모에 사근사근 예쁜 말투지만, 내면에는 늘 소용돌이가 친다.

"노승혜의 독특한 말투도 저절로 나왔어요. 속에서는 바들바들 떨고, 헐떡헐떡 호흡이 올라오는데 그걸 누르고 말을 하려다 보니 모기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러다 마지막에는 남편에게 터졌죠. 날이 선 짐승 같은 그 소리가 잘 표현된 것 같은데, 당시에 어떻게 연기했는지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몰입했어요."



윤세아는 사실 자신은 젊은 시절 노승혜의 딸 세리(박유나)에 가까웠다고 털어놨다.

"제가 그렇게 착한 딸은 아니었어요. 순하고 다소곳이 하려 노력했지만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죠. 재즈 학원 갈 때 예쁜 옷 입었다가 교복 입고 집에 돌아오고…. (웃음) 아버지는 또 엄하셔서 밤 9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전화하셨는데, 엄마는 절 기다리느라 애간장이 다 탔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노승혜에게서 우리 엄마를 많이 봤어요. 전 세리고요. 엄마가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맘고생 할 거다' 했던 게 떠올라서. 시청자 중에 '우리 엄마가 노승혜였으면' 하는 분들 많은데 제 나이 되면 알게 될 거예요. '우리 엄마가 승혜였고 난 세리였구나'하고."

아직 싱글인 그는 "나중에 어떤 엄마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고, 경쟁에 너무 치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새 한국의 교육은 애들도 엄마도 자기 인생이 없는 것 같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심각하다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윤세아는 또 시청률 23%(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을 쓴 'SKY 캐슬'의 인기비결에 대해 "모든 배역이 이해되고 인정하게 되는 것, 내 모습 같아 자꾸 찔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남편 민혁까지도 이해가 됐어요. 특히 식구들이 모두 퇴장하고 민혁 혼자 남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오열할 때 정말 애처롭더라고요. 김병철 씨가 그렇게 인간미를 살짝 얹어서 동정심 유발하는 연기가 최고예요. (웃음) 참, 김병철 씨와 결국 컵라면 광고를 함께 찍게 됐네요. 작품 속 콘셉트로요. 호호. (극 중에서 혼자 잘난 척하던 민혁은 승혜에게 '컵라면만 있는 상차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어 "'쓰앵님' 김주영도 '아갈머리' 한서진도, 모든 캐릭터가 자체적으로 힘을 가졌던 게 이 드라마의 힘이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다른 배역에는 감히 나를 입혀볼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윤세아는 또 'SKY 캐슬'의 의의에 대해 "여배우들이 주축이 돼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게 참 큰일을 한 것 같다"며 "이런 소재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명쾌하고 통쾌하게 알린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그대로 5대 5 가르마에 '똑단발'로 나타났던 윤세아는 인터뷰 내내 노승혜 모습 그대로였다. "이 우아함을 조금만 더 간직하고 싶고, 누리고 싶어요. (웃음)"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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