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흥행불패 깨지나…서울·대구도 '흔들'
"높은 분양가·입지가 성패 갈라…가격 민감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서울, 대구 등 인기 지역 1순위 분양이 잇달아 미달하면서 '청약 불패' 공식이 깨지고 있다.
3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전날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전용 115㎡ 주택형이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730가구 모집에 1천170명이 청약해 평균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용 115㎡는 4가지 주택형 모두 미달했다.
115㎡A는 103가구 모집에 88명, 115㎡B는 65가구 모집에 32명, 115㎡C는 27가구 모집에 15명, 115㎡D는 54가구 모집에 13명이 청약했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한 것은 2017년 9월 '장안 태영 데시앙' 이후 처음이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직전에 서울에서 분양한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249가구 모집에 8천307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이 33.4대 1이었다.
분양업계는 규제 강화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데다가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비해 해당 단지의 분양가가 크게 저렴하지 않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봤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분양가는 전용 84㎡ 9억9천600만∼12억5천만원, 115㎡는 12억9천800만∼16억2천만원이다. 전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단지 인근 화양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호가는 7억원 안팎이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시행한 '대구국가산단 A3 블록 모아미래도'는 77㎡A와 77㎡B 두 가지 주택형 모두 미달했다.
77㎡A형은 545가구 모집에 376명, 77㎡B형은 148가구 모집에 98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 대구에서 분양한 '대구 e편한세상 남산'의 경우 191가구 모집에 6만6천184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346.5대 1에 달할 만큼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대구국가산단이 있는 달성군 구지면은 대구시청과 40km 거리에 있는 등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3일 분양한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양산 유림노르웨이아침' 역시 전용 30∼100㎡ 전 주택형 미달했다.
반면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남구 반도유보라'는 지난 18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봄·가을 분양 성수기가 아직 안 와서 분양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다만 분양시장이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격에 대한 민감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물론, 좋은 입지의 사업장 간에서도 가격경쟁력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건설사 역시 분양가 책정에 보다 보수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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