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품었던 김복동 할머니, 끝까지 '조선학교 지원' 당부

입력 2019-01-29 21:19
수정 2019-01-30 07:35
재일동포 품었던 김복동 할머니, 끝까지 '조선학교 지원' 당부

조선학교에 수차례 기부…마지막 인터뷰서도 "훌륭한 조선사람 키우고파"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조선학교는 조선사람이 협조를 안 하면 누가 협조를 하나? 한 사람이라도 훌륭한 조선사람을 키우고 싶어."

28일 영면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달 2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만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탓인지 차별받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김 할머니의 바람은, 결국 고인이 남긴 마지막 당부가 됐다.

조선신보는 이달 17일 해당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11일만인 28일 김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할머니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된 셈이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왜 조선학교 아이들을 돕느냐'는 물음에 "나도 조선사람이니까, 그냥 둘 수가 없다"고 답했다.

또 과거 재일 조선학교를 찾은 당시를 언급하며 "(학생들을 보면서) 동족끼리라는 것, 같은 조선사람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일생을 평화운동가로 살아온 할머니는 "그렇게 끌고 가서 희생을 당했던 우리 민족이 지금도 그 나라에서 설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듣고 너무 한심스러워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재일동포들이 받는 차별에 분노를 표했다.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 일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하루빨리 남북이 통일되고 전쟁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되여 서로가 오갈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을 해보는게 어때요? 단결하면 못할 일이 없어."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이자 평화운동가였던 김 할머니는 지난 2014년 5천만원을 기부해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제21호 태풍 '제비'로 피해를 본 재일 조선학교에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길원옥(90) 할머니와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고, 같은해 11월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김복동의 희망'에 5천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는 29일 기자설명회에서 김 할머니가 임종 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문제를 나를 대신해 끝까지 해달라"며 '마지막 말씀'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김 할머니의 별세와 관련해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다"고 언급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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