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후원도 발길도 '뚝'…명절이 더 추운 쪽방 주민들

입력 2019-01-30 07:05
[르포] 후원도 발길도 '뚝'…명절이 더 추운 쪽방 주민들

후원금 20% 가까이 줄어…쪽방 주민들 "명절이 더 외로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설날 앞두고 떡국이라도 돌려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데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부산진구 쪽방 상담소 직원들은 추운 겨울 단칸방에서 홀로 명절을 보낼 쪽방 주민들을 생각하니 맘 편히 고향을 다녀올 수 없다.

명절이면 더 춥고 외로운 쪽방 주민을 위해 떡국 등을 나누고 싶은데 그럴 여력이 되지 못한다.

쪽방 상담소로 들어오는 후원금이 가뜩이나 다른 복지시설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데 이마저도 올해 더 줄었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쪽방 상담소 관계자는 "후원금이 몰리는 연말연시에 지난해와 비교하면 20%가량 줄었다"며 "쪽방 상담소가 잘 알려지지 않아 후원금이 아주 적은데 이마저도 줄어든 것이라고"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부산진구와 동구에 쪽방 상담소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쪽방 상담소는 주거 취약계층 실태조사와 방문 상담, 취업 알선, 생활 정보 제공, 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거리 노숙인에게 임시 주거지를 지원해주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 취약계층을 발굴해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게 도와준다.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쪽방 주민 긴급생계비, 동절기 물품구매, 상담소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후원금이 절실한 실정이다.

당연히 쪽방 주민에게 명절을 맞아 따뜻한 음식을 대접할 여력도 되지 않는다.

부산진구 쪽방 상담소 소장은 수년째 사비를 털어 1월 초 쪽방 주민 100명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동구 쪽방 상담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구와 진구 쪽방 상담소 직원 13명이 부산 16개 구·군을 모두 돌며 900여명을 관리한다.

현실적으로 이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주거 취약계층도 상당하다.

부산 동구에 고시원 형태 쪽방에 사는 양모(59)씨는 "명절이면 더 외롭다"며 "몸이 불편한 주민은 좁은 방안에서 온종일 TV만 보며 가족들에 대해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쪽방 주민들은 대부분 노숙 경험이 있거나 거리 노숙과 쪽방 주민 경계에 있는 분들이 많다"며 "명절에 쪽방 주민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다시 노숙 생활로 빠지는 분들이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