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동포기업 찾은 해밀학교 다문화 학생들 "자신감 생겨"
에이산·동경한국상회 초청, "해외서 다문화는 경쟁력" 조언
(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가수 인순이 씨가 강원도 홍천에 세운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 학생들이 진로탐방의 하나로 일본 도쿄의 재일동포 기업인 에이산을 29일(현지시간) 방문했다.
면세점이 주력사업인 에이산(회장 장영식)과 동경한국상공회의소가 다문화 학생들에게 글로벌 세상을 보여줘 미래 설계를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지난 2013년 개교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정규학교 인가를 받은 해밀학교는 중학교 과정의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 다니고 있다.
인순이 씨를 비롯해 안만조 교장·강예슬 인솔교사와 학생 10명 등으로 구성된 탐방단은 이날 에이산의 면세점에 이어 본사를 방문해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진 멘토링 시간에 학생들은 장영식 회장의 성공 이야기를 들었고 직원들과 일본에서의 생활, 취업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장 회장은 "군 제대 후 300만원 들고 일본으로 무작정 건너와 25년 만에 3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일군 비결은 '열정'과 '도전정신'이었다"며 "단일 민족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다문화로 살아가는 재일동포는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기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모국과 거주국 2개 나라의 말과 문화를 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한국은 지금 취업난이라는 데 눈을 세계로 돌리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순이 씨는 "학생들은 일본, 베트남, 중국 등 모국이 다양하지만, 해외 경험이 거의 없었다"며 "좁은 한국 땅 만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대상으로 미래를 설계해 볼 좋은 기회"라고 반겼다.
학생들은 '마케팅은 어떻게 하나' '직원 채용기준은 무엇인가' '진상 고객은 어떻게 상대하나' '외국인이 살기에 불편함은 없나' '해외 진출하려면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가' 등을 물으며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심은미 학생은 "한국인을 만나면 한국어가, 일본인을 상대할 때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못해 위축됐었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양쪽 말을 하는 게 나의 장점이었다"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응우엔느띤 학생은 "앞으로 한국이나 모국인 베트남에서 취업할 생각 했는데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느꼈다"며 "이제부터 베트남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도 배워 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8일 저녁 재일동경한국상공회의소 신년회 행사 참석으로 일정을 시작한 학생들은 이날 오후에는 에도도쿄박물관, 메이지신궁을 견학하고 젊음의 거리인 하라주쿠 등을 둘러보는 등 문화 체험에 나섰다.
이들은 30일 디즈니랜드와 도쿄 시내 탐방 후 31일에 귀국한다.
동경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장 회장은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앞으로 매년 해밀학교 학생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akar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