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도심 부흥] ② '제2의 개항' 꿈꾸는 항만 재개발
남항·북항·신항 등 외항 비중 커지며 내항 역할 축소…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주변 원도심과 연계한 새로운 공간 조성 시기·방향 놓고 이견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 3대 도시로 성장한 인천의 근대도시 형성은 항만 개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83년 외세에 의해 개항할 당시만 해도 인천항은 자연조건을 그대로 활용한 '제물포'라는 어촌 포구였지만 일본·구미제국과 통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서양문물이 쏟아지는 국제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인천항은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 10m 달해 항만으로선 결정적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일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인천 내항 1부두 자리에 조수간만의 차와 관계없이 선박 입출항과 정박을 할 수 있도록 인공항만시설을 지었다.
1918년 완공된 국내 최초의 근대적 갑문식 항만시설인 인천항 제1선거는 4천500t급 선박 3척과 2천t급 선박 4척을 동시에 댈 수 있었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인천항 물동량은 1962년 130만t에서 1966년 1백91만t으로 늘었지만 항만시설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제1선거와 몇 개의 물양장 뿐이었다.
정부는 최대 5만t급 선박까지 접안이 가능한 제2선거 건설을 추진했고 1974년 현재의 인천항 갑문이 세워지면서 옛 갑문은 철거됐다.
제2선거의 완성으로 인천 내항은 수도권에 필요한 각종 원부자재를 수입하고 생산품을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톡톡히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선박이 점점 대형화하고 갑문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내항의 경쟁력은 약화했다.
2000년대 들어 인천 남항, 북한, 신항 등 외항이 차례로 개장하면서 내항 물동량은 2004년 4천529만t에서 2007년 4천250만t, 2013년 3천50만t, 2015년 2천872만t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내항 주변의 인천 원도심 주민들이 항만물류시설 가동에 따른 소음·분진 피해를 30년 넘게 호소하면서 내항 전체에 대한 기능 조정과 주변을 하나로 묶는 재개발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양수산부는 시설이 낡고 한산해진 전국 항만과 주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2016년 '제2차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에서는 내항 1·8부두가 여기에 포함됐고 인천시와 해수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초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모두 8개 부두로 구성된 내항은 3단계로 나뉘어 5개 특화지구로 재개발이 추진된다.
1·8부두 0.42㎢는 2020∼2024년, 2·6부두 0.73㎢는 2025∼2030년을 목표로 하고 나머지 3·4·5·7부두 1.85㎢는 2030년 이후 물동량 변화 추이를 봐가면서 재개발할 예정이다.
해양문화지구(1·8부두 일대)는 해양역사·문화를 주제로 체험형 도시관광명소로 꾸미고 복합업무지구(2·3부두 일대)는 복합용도 개발로 효율을 높여 신규 일자리 창출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열린주거지구(4부두 일대)는 미래형 수변 정주공간으로 조성하고 혁신산업지구(5부두 및 배후부지 일대)는 스마트팩토리 산업단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인천항 갑문 양측의 관광여가지구(5·6·7부두 일대)는 인근 월미산과 연계한 도심형 리조트로 개발할 예정이다.
내항 주변 지역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차이나타운과 신포동 등 배후 원도심, 인천역 등 개항창조도시, 월미산 등은 내항과 연계한 3대 축을 형성한다.
정부와 인천시가 이런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자 대체로 환영하는 주민과는 대조적으로 지역 경제계와 항만단체·종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항만업계는 인천 경제에서 여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내항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충분한 물동량을 창출하는 부두를 날짜를 정해놓고 폐쇄한다는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라며 "예를 들어 인천 내항이 가동을 중단하면 수도권에 일정한 수요가 있는 곡물, 사료 원료 수급이 차질을 빚어 당장 축산 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우 인천항운노동조합 위원장도 "인천항 내항 1·8부두는 어쩔 수 없이 개방됐지만 나머지 부두는 아직 무역항으로서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수공간과 항만기능이 공존해야 한다"며 "앞으로 남북교역이 활성화하면 외항보다 보안 등에 강점이 있어 내항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민과 전문가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인천 내항 통합개발 추진협의회'를 운영했지만 여전히 공론화 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의 반발과 우려가 확산하자 시는 2025년 개발 예정이던 내항 2·6부두를 물동량이 사라진 뒤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는 내항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이 군 경계용 철책으로 막힌 인천 해안가를 연결하는 친수공간을 조성해 시민 휴식공간·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만석·화수부두 일대에 해양데크를 설치하고 남항 바다쉼터를 확장해 낚시 특화 해안으로 꾸밀 예정이다.
남동공단 해안도로 등 해안 철책 7㎞를 철거하는 방안도 군 당국과 협의해 고품격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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