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노총 설립, MB가 직접 지시…양대노총 와해 목적"

입력 2019-01-29 11:09
수정 2019-01-29 14:10
"제3노총 설립, MB가 직접 지시…양대노총 와해 목적"

MB정부, 국정원 IO까지 끼고 노골적으로 '국민노총' 지원 요구

과천정부청사 주차장 등지서 특활비 1억7천700만원 전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을 위축시키기 위해 제3노총(국민노총)을 설립할 것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차례 받아 국민노총을 지원했으며,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장관이 국정원 정보담당관(IO)을 끼고 노골적 요구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연합뉴스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는 MB정부가 국정원 특활비 1억7천700만원을 국민노총 설립·운영자금으로 불법 지원한 정황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국민노총은 2011년 11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서 '제3노총'을 표방하며 꾸려졌다. 출범할 때부터 정부 시책에 반대하던 양대 노총을 분열하기 위한 'MB 노총'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이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고용부와 국정원은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42개 노조가 예비 조직인 '새희망 노동연대'를 출범시킨 뒤 제3노총 설립을 모색할 때인 2010년 3월께부터 이들에게 관심을 뒀다. 조직이 갖춰지고 세력화하면 MB정부의 각종 정책을 적극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고용부가 국민노총의 사무실 마련 등 각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채필 전 장관은 고용부 차관을 맡고 있던 2011년 2월 국정원 IO를 만나 "최근 대통령께서 민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을 지시했다"며 "제3노총의 사무실 임대, 집기류 구입, 활동비 등에 쓸 수 있도록 국정원이 3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 전 장관은 그 다음 달인 3월에도 재차 "국민노총은 민주노총 제압 등 새로운 노동 질서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 사업"이라고 국정원에 지원을 요구했다.

국민노총 지원에 고용부의 노동계 지원 예산을 쓰려 했으나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반발과 '어용 시비'가 예상돼 포기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꼬리표' 없는 국정원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제3노총 설립 지원을 통해 중간지대를 확장하면서 민주노총 등 종북 좌파 세력의 입지 축소를 꾀해야 한다"며 국민노총 지원에 특활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 돈은 고용부 장관 정책비서관까지 나서 전달받았다.

한국통신(현 KT) 노조 출신으로, 국민노총 전신인 '새희망노동연대'에서 활동했던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비서관이 정부과천청사 내 주차장에서 국정원 IO에게 직접 돈을 받았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런 식으로 11차례에 걸쳐 국정원 특활비 1억7천700만원이 국민노총 지원금으로 전달됐다.

국민노총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세력화를 시도하다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국노총에 통합됐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이 전 장관과 원 전 원장, 이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 5명을 지난달 말 불구속기소 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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