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찰, 과잉단속 논란 '승복운전' 벌금 '없던 일로'

입력 2019-01-29 11:09
일 경찰, 과잉단속 논란 '승복운전' 벌금 '없던 일로'

"'위반사실 확인할 증거 불충분' 검찰 송치 안한다"

'인터넷서 소동일면 취소?', '벌금 낸 사람은 바보냐' 바난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승복을 입고 운전한 승려에게 운전에 지장을 주는 옷을 입었다며 범칙금을 부과했던 일본 경찰이 거센 과잉단속 논란에 굴복, 범칙금 부과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2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승복 차림으로 운전한 승려에게 범칙금 6천 엔(약 6만 원)짜리 스티커를 발부했던 후쿠이(福井)현 경찰은 26일 "증거 확보가 충분하지 않아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건을 '없던 일'로 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인터넷에서 소동이 일면 취소하는 거냐"며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건은 작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쿠이시에서 승복차림으로 운전하는 승려를 발견한 경찰이 '운전조작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의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6천엔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딱지를 끊었다.



당사자인 승려는 "납득할 수 없다"며 범칙금 납부를 거부했다. 현 경찰 당국은 스티커 발부 4개월여가 지난 26일 이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티커 발부 사실이 작년 12월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일본 각지의 승려들이 '#승복을 입고도 할 수 있다'는 해시태그를 붙여 승복차림으로 줄넘기를 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큰 화제가 됐다. 현 경찰에도 문의가 잇따랐다.

수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언론보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트위터에서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그냥 위반으로 처리했을 것"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현 경찰 당국은 27일 "승복착용 자체가 위반은 아니다. 핸들 조작을 방해하는 등 운전 조작에 구체적인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위반이 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논평을 발표하는 등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경찰은 애초 '게타(일본 나막신), 슬리퍼, 기타 운전조작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신발 또는 의복을 착용하고 차량을 운전하지 말 것'을 규정한 후쿠이현 도로교통법 시행세칙을 적용해 딱지를 끊었다.

일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공안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운전자 준수사항을 정할 수 있다. 신발에 대해서는 47개 도도부현이 모두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의복에 관한 규정은 후쿠이와 이와테(岩手), 아이치(愛知) 등 15개현만 두고 있다.

승려이기도 한 혼마 히사오(本間久雄) 변호사는 "어떤 (옷) 착용방식이 위반인지 명확하지 않아 경찰이 자의적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딱지를 끊긴 승려는 "승복을 입고 운전하는게 위반인지 현 경찰이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이현 경찰은 작년에 이번에 문제가 된 승려를 포함,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차림의 여성 2명에게도 스티커를 발부했다. 스티커를 받은 승려가 속한 조도신슈혼간지하(?土?宗本願寺派) 간부는 "인터넷에서 소동이 일면 취소하는거냐, 이미 범칙금을 낸 승려들은 손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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