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9일 국정연설 물건너가…셧다운 풀렸지만 일정 '안갯속'

입력 2019-01-29 01:17
트럼프 29일 국정연설 물건너가…셧다운 풀렸지만 일정 '안갯속'

펠로시측과 재조율 불가피…장벽예상 협상 연계해 신경전 계속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시한부'로 풀리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9일(현지시간) 하원회의장에서의 국정연설 개최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오랜 전통인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의 국정 연설을 위해서는 관련 결의안이 상·하원 모두를 통과해야 하지만, 연설 개최 장소인 하원회의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측이 날짜 재조정 입장을 재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한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국정 연설이 29일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CNN방송이 28일 보도했다.

CNN은 이 참모가 당초 29일로 잡혔던 국정 연설은 해당 날짜에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의 '저지'로 인해 "셧다운 해소 이후로 국정 연설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난 25일 셧다운 사태가 일시적으로나마 해소되면서 국정연설의 '운명'을 놓고 관심이 쏠려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하원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으로 국정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의장이 셧다운 여파로 '경비 공백'이 우려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정 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정 연설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예정대로 국정 연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先) 셧다운 해소 - 후(後) 국정 연설'을 주장하며 퇴짜를 놓으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셧다운 해소 뒤로 국정 연설을 미루며 한발 후퇴했다.

펠로시 하원 의장은 당시 "국정 연설을 정부가 완전히 다시 가동될 때까지 연기하자"며 "정부의 문이 다시 열리면 국정 연설을 위해 쌍방이 동의할 수 있는 날에 당신을 다시 맞이하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인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5일까지 3주간 정부를 재가동하고 이 기간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셧다운의 시한부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펠로시 하원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정 연설은 현재로선 계획돼 있지 않다"며 "연설 날짜에 대한 논의는 셧다운이 공식적으로 끝난 뒤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게 말한 것은 정부가 열리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날짜를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며 "날짜를 서로 맞출 수 있다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위해 하원회의장에 오는 걸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었다.

펠로시 하원의장 측이 이날 '29일 국정 연설은 없다'고 못 박음에 따라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조율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 장간 힘겨루기 2라운드가 벌어질 예정이어서 장벽예산 협상 상황과 국정 연설 날짜 조율문제를 연계한 신경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펠로시 하원 의장이 '셧다운이 공식적으로 끝난 뒤'를 국정 연설 개최 시점으로 언급함에 따라 장벽예산 문제가 일단락 지어지기 전에는 국정 연설이 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예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또 다른 셧다운 또는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쉽사리 국정 연설을 위해 하원회의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줄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국정연설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연설 날짜가 확정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를 포함, 국정 현안에 대한 어떠한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1월 30일 열린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는 북한에 대해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2월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있는 등 지난 1년간 급변한 북미 간 상황을 반영해 확연히 달라진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깜짝 '선물' 등을 내놓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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