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군사훈련 중 배우 사망에 징병제 안전시스템 도마

입력 2019-01-28 11:45
싱가포르, 군사훈련 중 배우 사망에 징병제 안전시스템 도마

자주포 수리작업 하다 불의의 사고…2017년 이후 네번째 희생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의 20대 배우가 군사훈련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싱가포르 군의 안전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배우인 알로이시우스 팡(28)은 지난주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예비군 군사훈련에 참여했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팡은 자주포 수리작업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이후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그는 TV 드라마 출연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수차례 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팡의 사망 직후 동료 배우가 SNS에 결혼을 약속한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순애보'가 싱가포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팡의 장례식은 정치인과 유명 배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27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됐다.



인구가 560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국방을 위해 징병제를 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직후인 1967년에 의무 병역제를 도입,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군이나 경찰, 소방 등의 분야에서 2년을 복무해야 한다.

이후에도 10년간 예비군으로서 각종 훈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21세가 되기 전에는 시민권 포기가 허용되지 않으며, 병역 의무 이행 없이 시민권 포기를 시도하면 체포돼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해 헐리우드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원작 소설 작가인 케빈 콴(45)이 싱가포르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배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싱가포르 징병제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팡은 2017년 이후 군사훈련 도중 숨진 네 번째 희생자다.

그러면서 이번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싱가포르군의 안전 시스템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팡의 장례식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고는 AP 통신에 이번 사건 때문에 이미 2년간의 병역 의무는 마쳤지만 아직 예비군 훈련이 남아있는 21세 아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스민 여오씨는 이번 사건이 지난해 4월 아들 데이브 리(19)가 행군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숨진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토로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쓰러진 데이브 리에 대해 초기 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캠프 내 병원 후송도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대장은 기소됐다.

그녀는 이번 사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명씩 한 명씩 (세상을 떠난다). 정말로 보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아픈 마음을 토로했다.

싱가포르 국방부는 일련의 훈련 중 사망 사건에 대해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군은 좋은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고, 더위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이건 차량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이건 간에 안전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들을 충실히 수행해왔다"고 해명했다.

AP통신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팡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며 싱가포르군이 향후 수 주 동안 훈련 프로그램의 기간, 강도 및 횟수를 줄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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