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참가불허' 말레이, 패럴림픽 수영선수권 개최권 박탈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오는 7월 말 개막하는 제9회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이스라엘 선수의 참가를 불허했다가 개최권을 박탈당했다.
2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0년 도쿄 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이 대회는 당초 올해 7월 29일부터 7일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말레이시아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대회 개최권을 박탈하고 새 개최지를 찾기로 했다.
앤드루 파슨스 IPC 집행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개최국이 정치적 이유로 특정 국가 출신 선수를 배제한다면, 새 개최지를 찾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세계선수권 대회는 참가자격이 있는 모든 선수와 국가에 열려 있어야 하며 어떠한 차별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민 탄압에 침묵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딕 압둘 라흐만 말레이시아 청소년스포츠부 장관은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해 왔다면서 "인권과 팔레스타인인의 역경에 대한 연민을 근거로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대회는 유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단호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으며, 이스라엘 국적자의 자국 입국도 불허해 왔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무슬림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이유로 강한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보여왔다.
말레이시아의 국내 정치 상황도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작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해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여당 연합 희망연대(PH)는 '부미푸트라'로 불리는 말레이계 우대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 말레이계 무슬림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달 초에는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기득권 보장을 요구하는 말레이계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또 지난 26일 파항주 카메론 하이랜즈 지역에서 치러진 하원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야당 연합 국민전선(BN) 소속 후보가 압승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는 부패 의혹 등 악재에 시달리다 야당으로 전락한 BN 소속의 말레이계 정당들이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해 인종·종족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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