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브라질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강한 우려
외교 전문 통해 확인…"50여년간 쌓은 우호관계 해칠 수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보낸 외교 전문을 통해 확인됐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브라질의 대사관 이전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대사관 이전이 실제로 이뤄지면 다른 국가들을 부추길 수 있다고 인식했다.
사우디 외무부의 압둘라만 빈 이브라힘 알-라시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지난 21일 리야드 주재 플라비우 마레가 브라질 대사를 만나 "브라질 정부가 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 지난 50여년간 쌓아온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의 우호 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우디는 자국에 수출하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보관하는 58개 냉동시설 가운데 33개에 대해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수출이 중단된 냉동시설 가운데 상당수가 브라질의 대형 육류업체인 BRF와 JBS의 소유로 알려져 닭고기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출 물량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1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수출국은 중국(11%)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으나 브라질 재계는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으며, 대선 승리 후에도 "이스라엘은 주권국가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며 대사관 이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지난 1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브라질 내 유대인 공동체 관계자들을 만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 계획을 확인했으며 대사관 이전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해 대사관 이전을 기정사실로 했다.
아랍권은 브라질의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은 보우소나루가 대사관을 이전하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이슬람권 대표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등과 함께 브라질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포함해 정치적·경제적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정부 내에서도 자국산 육류의 주요 수출 지역이 아랍권이라는 사실을 들어 대사관 이전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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