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네덜란드·佛·獨에 "지중해 구조 난민 수용하라"(종합)
살비니 부총리, 미성년자 하선 권고엔 "미성년자는 17세" 거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이 어느 나라에 상륙해야 하는지를 놓고 유럽 국가들의 신경전이 또 불거졌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자국 항구 근해에서 풍랑을 피하기 위해 정박한 독일 NGO의 난민 구조선에 탄 난민 47명을 수용할 것을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등에 요구했다.
독일 구호단체 '씨 워치'가 지난 19일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한 이들 난민은 몰타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유럽 국가들이 수용을 거부하며 일주일째 구조선 '씨 워치3' 호에서 발이 묶였다.
구조선은 현재 기상 악화 속에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허가를 받아 시칠리아섬 남동부 항구도시인 시라쿠사에서 2㎞ 떨어진 해상에 정박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배가 자국 근해에서 악천후를 피하는 것은 허락했으나, 자국 항만 입항은 불허했다.
시칠리아 카타니아 소년법원이 이 배에 타고 있는 13명의 미성년자만이라도 즉각 하선을 허용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중앙 정부에 보냈으나,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난민선의 미성년자들은 17세로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이런 요구를 일축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구호단체와 유엔기구가 26일 이 배의 미성년자들을 즉각 하선시키고 전체 난민을 위한 즉각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지만, 살비니 부총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살비니 부총리는 "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럽 항만에 도착하길 고대한다"면서도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의 항구들은 난민 밀입국업자와 그들의 동조자에게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 폐쇄될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또 난민선 '씨 워치3'가 독일 NGO가 운영하는 네덜란드 선적의 배라는 점을 들어 독일이나 네덜란드가 이들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씨 워치3'는 네덜란드 정부가 등록을 허용했기 때문에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네덜란드는 이 배의 자국 입항을 허용하든지, 배의 등록을 취소해 활동을 못 하게 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정당인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씨 워치3'는 (프랑스) 마르세유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프랑스가 옛 식민지인 아프리카를 계속 식민화하는 탓에 아프리카인이 유럽으로 대거 이주하는 대량 난민 사태가 벌어졌다며 프랑스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 또한 이 구조선의 선적이 네덜란드임을 지적하며 "네덜란드 대사를 초치해 네덜란드 정부의 의도를 물어볼 필요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이탈리아와 보조를 맞춰 이 구조선의 난민을 프랑스가 수용하도록 요구하던지, 아니면 (네덜란드)로테르담 입항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이 배가 독일 NGO의 독자적인 주도권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가 난민 수용에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나폴리, 팔레르모, 시라쿠사 등 이탈리아 일부 지방자치단체 수장은 살비니 부총리가 선봉에 선 강경난민 정책에 반기를 들며 이 난민선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으나 중앙 정부의 불허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씨 워치'의 난민 구조선은 작년 말에도 난민 49명을 지중해에서 구했으나, 유럽 각국의 수용 거부로 해를 넘겨 19일 동안 지중해를 맴돈 끝에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8개국이 분산 수용에 합의하며 지난 9일 가까스로 난민을 육지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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