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폭발·지뢰사고 상이군인들의 연탄기부…"따뜻함 베풀고 싶어"
소외계층에 연탄 1천장 기부 봉사활동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폭발 사고 이후 마음속에 있던 뜨거움을 따뜻함으로 베풀고 싶었습니다."
군 복무 도중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전역한 이찬호(25) 씨는 26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택가에서 연탄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를 겪고 국가유공자가 된 이씨 등 상이군인 4명은 이날 상계동에 사는 소외계층 4가구에 사비로 마련한 연탄 1천장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는 이씨다. 그는 "군대에서 비슷한 사고를 겪은 친구들끼리 자주 만나 서로 의지하다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7년 8월 강원도 철원 포병부대에서 훈련 중 K-9 자주포가 폭발해 전신 55% 화상을 입었다. 당시 함께 훈련하던 3명은 숨졌고, 이씨 등 4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최근 화상 극복 수기를 담은 포토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5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도중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하재헌(25) 중사, 지뢰 제거작업 과정에서 폭발사고로 다친 김상민(26) 씨, 헬리콥터 강하훈련 중 추락사고로 다친 20대 예비역 청년도 뜻을 같이하며 동참했다. 이들의 지인 20여명도 함께 했다.
의족을 착용하고 나온 하 중사는 "다리가 불편해 연탄을 들고 걷지는 못하고 옆 사람에게 전달만 해주고 있다"며 "오늘이 제 생일인데, 의미 있는 일을 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국가유공자들은 하 중사를 계기로 서로 알게 됐다. 하 중사는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하며 자신처럼 다친 군인들을 자주 찾아 병문안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웃으며 서로 얼굴에 연탄재를 묻히는 장난을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나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줄줄이 연탄을 나르는 작업이 이어지자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 중사를 따라 봉사를 온 직장인 김지성(25) 씨는 "연탄 봉사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연탄이 많이 무겁다"며 "그래도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연탄을 전달받은 홀몸노인 김 모(70) 씨는 "몸이 불편한 분들이 연탄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면서도 "덕분에 올겨울은 걱정 없이 버틸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이찬호 씨는 "요즘 화재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는데 추운 겨울에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며 "일회성 봉사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며 꾸준히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K9폭발·지뢰사고 상이군인들의 연탄기부...그들이 전한 따뜻함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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