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마두로 구하기' 나선 까닭…"20년 공든 탑 무너질라"

입력 2019-01-25 18:52
푸틴이 '마두로 구하기' 나선 까닭…"20년 공든 탑 무너질라"

러시아, 차베스·마두로 정권 걸쳐 베네수엘라와 각별한 관계

러, 베네수엘라의 두번째 경제 협력국…유전개발에 수십억달러 투자

군사·외교 협력도 긴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야권의 대규모 저항 운동으로 극심한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압박으로 실권 위기에 처한 마두로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외부에서 부추긴 (베네수엘라) 내부 정치위기 악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권력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또 "대통령은 비건설적 외부 개입은 국제법의 기본 규정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베네수엘라가) 헌법의 틀 내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평화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이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미국이 또다시 다른 나라 국민의 운명에 대한 결정자가 되려고 시도하면서 그들의 내정에 간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공식 성명을 내고 "외부 무력 개입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여러 국가의 신호는 아주 우려스러운 것이다.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그러한 모험주의를 경계한다"면서 미국 등 서방의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일제히 마두로 퇴진을 압박하면서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두로 구하기에 '총대를 매고' 나선 양상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응은 마두로가 끝내 실권할 경우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베네수엘라와의 각별한 우호 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년 집권)과 그의 뒤를 이은 마두로 현 대통령(2013년부터 집권) 통치기에 걸쳐 외교, 경제, 국방 등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베네수엘라의 두 번째 경제 협력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와 국영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170억 달러 이상을 공공 차관이나 투자금으로 지원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는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 자동차 기업 '카마스'도 베네수엘라 현지 공장에서 버스를 조립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자회사인 '가스프롬방크'도 베네수엘라에 합작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마두로 대통령은 회담 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에 50억 달러, 다른 자원 개발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무기의 베네수엘라 수출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두로가 축출되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설 경우 베네수엘라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금과 유리한 무기 공급 계약 등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양국 간에는 군사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 왔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와 장거리 수송기들이 베네수엘라에 기착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들이 베네수엘라 공군기들과 연합훈련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미국에 맞서는 남미의 거점 국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마두로 퇴진은 외교·군사 부문의 양국 협력에도 치명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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