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51년 만의 재재심서 승소판결 되찾아

입력 2019-01-25 17:44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51년 만의 재재심서 승소판결 되찾아

"국가가 공권력 동원해 가혹행위 하고 재심까지 청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토지를 강탈한 '구로농지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재재심을 통해 빼앗긴 승소 판결을 51년 만에 다시 받아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임성근 부장판사)는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인 김모(사망)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의 재재심에서 앞선 재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구로농지 사건은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소송을 내 대부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는 이 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들을 위증죄 등으로 수사해 농민들로부터 권리 포기를 받아냈고, 권리를 포기하지 않은 농민들은 기소했다.

이후 국가는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해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농지 사건을 "국가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의 민·형사 재심 청구가 잇따라 지금까지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법무부는 관련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액이 최소 9천181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김씨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유권 소송에서 1968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국가가 청구한 재심으로 이를 취소당한 피해자다.

1985년 사망한 김씨를 대신해 유족들은 2017년 국가를 상대로 재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청구한 재심 판결은, 존재하지 않는 재심 사유를 인정하고 김씨의 승소를 취소한 것으로 부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농민들을 불법 연행·감금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무리하게 소송사기·위증죄 등으로 기소해 처벌한 뒤 이미 확정된 민사소송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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