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이끌던 로드숍의 추락…"화장품시장 구조조정 이제 시작"

입력 2019-01-27 06:03
K뷰티 이끌던 로드숍의 추락…"화장품시장 구조조정 이제 시작"

"작년 매장 300개 사라지고 매출 15% 감소"…스킨푸드는 매각 수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5년간 'K뷰티' 신화를 이끌던 화장품 로드숍이 한계를 드러내며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누적된 내수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의 요인에 유통구조 변화, 중국인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로드숍이 이끌던 화장품 시장이 올리브영, 롭스와 같은 H&B(헬스앤뷰티) 점포와 온라인 시장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가장 최근의 추세다.

27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2017년 로드숍 시장 규모는 2조290억원으로, 2016년(2조8천110억원)에 정점을 찍은 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15%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 감소에 업체들도 몸집을 줄이는 자구책을 가동했다. 국내 로드숍 매장 수는 2014년 5천365개, 2015년 5천485개, 2016년 5천643개로 증가일로였으나 2017년 5천515개로 감소로 돌아섰다. 2018년에는 5천200개 수준으로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위기에 직면한 곳은 스킨푸드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란 광고 문구로 각인되며 한때 큰 인기를 얻었던 스킨푸드는 과도한 채무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는 스킨푸드와 자회사 아이피어리스를 매각하겠다고 채권단에 밝힌 상태다.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가맹점주들이다. 가맹점주들은 회사 측이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술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주와 유통업자 등으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단은 지난 17일 조 대표가 온라인 쇼핑몰 수익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로드숍이 내리막길로 들어선 원인은 복합적이다.

브랜드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졌다. 또 국내 경기는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높은 구매력을 발판으로 시장이 커졌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타격을 줬다.

유통 구조도 달라졌다. 이제는 폐쇄적인 구조를 벗어나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담아내는 H&B 점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저가 수입 브랜드, 벤처 신규 브랜드까지 쉽게 입점할 수 있고, 전략적인 상품 기획력도 뛰어나 경쟁력을 얻고 있다.



로드숍이 화장품 시장의 주류로 자리를 잡은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미샤가 '3천300원짜리 화장품'을 내세우며 2002년 이대 1호점을 연 이후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해 시장을 키워갔다.

번화가에는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네이처리퍼블릭은 전국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서울 명동 한복판에 매장을 냈다.

이는 브랜드와 유통을 통합한 구조로, 이전에 여러 가지 브랜드 화장품을 중간도매상에게서 납품받아 판매하던 멀티브랜드숍과는 차이가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 로드숍은 '저가 전략'을 발판으로 점차 트렌드에 맞춘 빠른 상품 출시 전략과 기능성 제품이 더해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상품을 '싹쓸이'하면서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원브랜드숍 시장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역신장하면서 올해에는 매장 철수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업체는 사업 축소 대신 공격적인 투자를 택하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수입 유통 전문기업 '제아H&B'와 더마 코스메틱 화장품 업체 '지엠홀딩스'를 인수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제아H&B는 스틸라, 부르주아 등 해외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 라포티셀도 운영하고 있다. 지엠홀딩스는 자체 브랜드 셀라피를 갖고 있다.

에이블씨엔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과감한 투자로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며 "글로벌 종합 화장품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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