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청문회 거치지 못한 선관위원 임명 사태 유감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중앙선관위원으로 조해주 후보자를 임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아 지명 철회를 촉구했음에도 임명이 강행된 데 반발, 국회 보이콧으로 맞섰다. 조 위원은 야당의 거부로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 청문회 자체도 열리지 못한 채 임명된 장관급 공직자는 조 위원이 처음이다. 선거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선관위원이 국회 파행이 연속되는 가운데 임명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조 위원을 임명한 것은 절차상으론 하자가 없다. 지난 9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를 야당이 거부했고, 청와대가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음에도 마감 기한인 19일까지도 청문회가 열리지 않아 임명이 강행된 것이다. 청와대는 선관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임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선 캠프 특보' 경력 논란에 휘말릴 사람을 굳이 선관위원 후보로 지명했어야 했는지, 또 논란이 제기된 후 합리적인 의구심을 해소하는 청와대나 당사자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부족했다는 점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19대 대선 백서에 기재된 조 위원의 '공명선거 특보' 경력에 대해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활동한 바 없고 특보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확인서를 발급하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당의 백서에는 왜 특보로 기록돼 있는지, 조 위원이 캠프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등 의문에 답하는 명쾌한 설명은 없었다. 논란에 휘말린 조 위원도, 어제 임명장을 수여한 청와대도 특보 경력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무자의 행정착오로 자신도 모르게 이름이 대선 백서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라면 조 위원은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한 후 직무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당도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한 것은 잘못이다. 야당으로서 공직 후보자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정부를 견제하는 책무의 범위에 속한다. 또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원 후보의 자격을 철저히 따지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청문회를 걷어찰 것이 아니라 청문회에 참여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해야 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 여부를 국민이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장외에서 '지명 철회'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청문회를 통해 여론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을 하고 비판하는 게 마땅했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선관위원 임명 사태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비서실 개편 취지가 '정무적 기능 강화'라고 했는데, 오히려 국회 상황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제 개혁 논의, 민생개혁법안처리 등 국회가 할 일이 산더미다. 국회 파행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논란 끝에 임명된 조 위원은 무겁고도 엄정한 책무를 상기해야 한다. 청문회에 서지는 못했지만, 국민 앞에서 답변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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