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계속 집권" 美 "안보리 소집"…베네수 정국 갈수록 혼미(종합)
마두로, 대법원 행사 참석 건재 과시…군부 지지입장 거듭 표명
美, 퇴진압박 강화…베네수에 2천만弗 인도적 지원ㆍ일부 주재 외교관 철수
마두로 "퇴진 이유 없어"…과이도 "민주주의 회복 협력하면 마두로 사면 검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과 우파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관철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나서면서 정국의 혼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법원의 사법 연도 개시 기념식에 참석, "내가 물러나야 할 헌법적 이유가 없다"면서 "야권의 쿠데타에도 계속해서 집권하겠다"고 밝혔다고 국영 VTV와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전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과도정부의 수반으로서 재선거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뒤에 나온 입장이다.
국내외의 퇴진압박에도 대통령 자격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두로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은 미국에 의해 선동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고 "내가 주재하는 정부가 계속 통치할 것이며 모든 어려움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위헌적인 꼭두각시 대통령을 세우는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하겠다"며 "미국에 주재하는 모든 외교관에게 철수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이야기하고 경청하면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며 "멕시코와 우루과이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제안한 야권과 대화를 통한 정치 위기 해결 방안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미국과의 단교는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한 데 대한 반발 조치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장성들을 대동한 채 연 기자회견에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민주주의와 헌법, 마두로 대통령을 거스르는 쿠데타를 시도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밝혔다.파드리노 장관의 뒤를 이어 8명의 장성이 차례대로 나와 마두로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 의사를 피력했다.
마두로가 방문한 대법원도 마두로의 합법적인 권위를 인정하며 힘을 실어줬다. 친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의 결의와 법안 등에 사사건건 제동을 건 바 있다.
전날 '셀프 대통령' 선언을 한 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과이도 의장은 이날 방영 전에 공개된 우니비시온 방송 인터뷰에서 마두로와 그의 측근들을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이도는 "베네수엘라의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들을 사면하는 방안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위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미국은 이날 2천만 달러(약 226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고, 마두로 정권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 강도를 높이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회의에 참석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2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도적 지원은 식품과 기초 생필품이 부족한 베네수엘라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과이도 의장을 측면 지원하는 성격이 짙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는 오는 26일 오전에 안보리 회의를 열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내정 문제"라며 난색을 보여 안보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는 긴급하지 않은 미 정부 직원들에게 베네수엘라에서 떠날 것을 명령하고 자국민에게도 출국을 권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권과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제사회는 지난해 5월에 치러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마두로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마두로가 작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소속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이나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 만큼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후로 일어난 시위대와 진압 군경과의 충돌과 약탈 등 소요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까지 2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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