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지도 않았는데'…허위 출생신고로 불법 체류자 자녀 국적세탁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 쌍둥이 알고 보니 '허위 출생신고'
"보증인만 있으면"…허술한 출생신고 보완 필요성
(영암=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영암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불참하고 행방이 묘연했던 쌍둥이 형제는 애초 허위로 출생신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전남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서류상' 쌍둥이 형제의 엄마인 A(28) 씨는 불법 체류자 자녀들의 국적세탁을 해주는 브로커의 제안을 받고 가짜로 출생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초등학교 취학 대상인 쌍둥이가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고 소재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교육 당국의 신고를 받고 A씨를 추적해왔다.
A씨는 1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낳지도 않은 쌍둥이를 출생신고했지만 두려운 마음에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법 체류자 자녀들의 출국을 돕는 일 등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A씨는 말했다.
A씨 진술 내용은 아이를 낳고도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불법 체류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발생한 국적세탁 범죄를 연상하게 한다.
불법 체류자 부부나 위장 결혼을 통해 입국한 외국 여성이 낳은 자녀는 출생신고가 어렵다.
브로커들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브로커들은 돈을 받고 불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주고 여권까지 발급받아 아이들을 친인척이 있는 본국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가짜 한국인 부모를 모집해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는 게 국적세탁의 첫 단계다.
진술 내용이 사실이라면 A 씨는 이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출생신고에는 병원에서 작성한 출생 증명서가 없더라도 인우 보증인 2명을 내세워 집에서 출산한 것처럼 꾸민다.
한 번의 '작업'으로 효과를 높이려고 쌍둥이로 허위 출생신고를 하기도 한다.
경찰은 이런 유형의 국적세탁에 A씨가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허술한 출생신고제 보완 필요성도 다시 대두됐다.
현행법상 아이가 태어난 후 30일 이내 부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는데 병원, 조산사 등이 의무적으로 출생 등록을 하는 보편적 출생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다만 부모가 출생신고를 원치 않을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을 시도해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말대로 실제 브로커에 의한 국적세탁 사건인지, 맞는다면 브로커들이 다른 허위 출생신고에도 관여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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