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호주인 소설가 양헝쥔 중국 정보기관에 구금 확인(종합2보)

입력 2019-01-24 17:05
수정 2019-01-24 21:47
중국계 호주인 소설가 양헝쥔 중국 정보기관에 구금 확인(종합2보)

中 민주화 개혁 주장해온 반체제 성향 인사…2011년에도 일시 억류

외신들 '화웨이 사태와 관련' 분석…中 '인질외교' 확대 해석 나와

중국 정부, 호주 국방장관 방중 직전에 억류 사실 호주에 통보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심재훈 특파원 = 중국계 호주 국적 작가이자 중국의 민주화 개혁을 주장해온 반체제 성향의 시사평론가인 양헝쥔(楊恒均)이 중국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억류됐다.

호주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중국 지방 당국에 의해 양헝쥔이 억류됐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A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 주재 호주 대사관을 통해 양헝쥔을 억류 중이라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무엇보다 (중국과의) 양자 영사 협정에 따라 이번 구금의 본질을 분명히 하고, 양헝쥔에 대한 영사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인물의 실제 이름이 양쥔(楊軍)이라면서 "베이징 국가안전국이 호주 국적인 이 사람에 대해 중국의 국가 안전을 해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강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국가안전국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산하다.

화 대변인은 "현재 이 사건은 법에 따라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합법적인 권익을 충분히 보장받고 있으며 관련 상황은 주중 호주대사관에 공식 통보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양헝쥔 구금 사실 확인은 크리스토퍼 파인 호주 국방부 장관의 24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

파인 장관은 일본, 중국,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지난 22일 호주를 떠나면서 중국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들은 양헝쥔이 지난 18일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19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도착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헝쥔은 부인 및 자녀와 함께 광저우를 경유해 상하이(上海)를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관 출신인 양헝쥔은 시드니 기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 호주 국적을 취득했다.

소설가인 그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유명 블로거이자 호주와 미국에서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고 민주화 개혁을 주장해온 반체제 성향의 시사평론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성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만명이 넘는 중국계 청년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시위를 벌인 사건을 두고 양 씨는 중국이 호주 내정에 간섭하는 증거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를 주제로 한 소설 '치명적 약점(Fatal Weakness)'을 자신의 홈페이지(www.yanghengjun.com)에 게재하기도 했다.

양 씨는 2011년 3월에도 중국을 방문했다가 일시 억류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의 양헝쥔 억류에 대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헝쥔의 친구인 펑충이 시드니 기술대 교수도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구금이 화웨이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펑 교수는 "나는 양헝쥔의 체포에 대해 중국 정부의 인질외교 확대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그를 볼모로 삼아 호주, 캐나다, 미국 정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달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직후인 같은 달 10일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국가 안보 위해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그동안 코프릭과 스페이버의 억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 전문가인 존 가노트는 트위터에 양헝쥔의 억류에 관심을 표시하면서 "양 박사는 탁월할 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분"이라면서 "당국이 즉각적인 해법을 찾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반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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