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앞길 안보인다…경제는 '파탄'나고 정치는 '붕괴'
차베스 무상복지·국유화서 위기 발원…마두로, 차베스 정책 계승에 경제난 가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했던 베네수엘라가 정치·경제 위기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세계 최악의 물가상승률 고공행진 탓에 식품은 물론 각종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난을 피해 이웃 국가로 탈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장기집권의 시발점이 된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 내내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와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차베스 '정치적 후계자' 마두로
베네수엘라를 옥죄는 현재의 정치·경제 위기는 차베스의 집권부터 잉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베스는 1998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베네수엘라에 사회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그는 1999년 12월 제헌의회를 통해 '볼리바리안 신헌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7월 치러진 대선에서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4월 쿠데타로 잠시 실각했지만 권좌에 복귀한 뒤 2006년 12월 3선에 성공하며 베네수엘라식 사회주의를 선포했다. 2009년 2월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며 4선 출마 등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한 뒤 2012년 10월 야권 통합후보를 누르고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차베스의 권력은 암으로 흔들렸다. 2011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암 수술을 받았지만 2013년 3월 결국 사망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마두로는 2013년 4월 치러진 대통령 재선거에서 야권 통합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상대로 불과 1.59%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마두로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차베스 집권 14년간 국회의장과 외무장관, 부통령을 지낸 최측근이다. 2012년 12월 차베스는 쿠바로 암 투병을 떠나기 전 부통령이던 마두로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미국정부와 정치·외교 관계 단절"/ 연합뉴스 (Yonhapnews)
◇ '차베스 포퓰리즘'서 잉태된 베네수엘라의 비극
마두로는 차베스의 카리스마에 편승해 자신도 차베스를 신봉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을 의미하는 '차비스타'(Chavista)라고 공언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차베스의 '정치적 후광'에 힘입어 권력을 잡은 마두로는 중남미의 반미 대표주자로 14년간 집권한 차베스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충실히 계승했다.
차베스는 집권 시절 국부의 원천인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기업을 대거 국유화했다. 차베스는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번 오일 머니를 빈곤층에 대한 무상 의료·교육과 저가 주택 제공 등에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아울러 강력한 생필품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 민간분야의 투자의욕을 떨어트려 내수 산업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마두로의 임기 시작과 함께 본격화한 국제유가 하락세는 한때의 산유 부국 베네수엘라를 더 큰 빈곤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 소득의 96%를 차지하고 예산의 절반을 충당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까지 계속된 고유가 시대에 석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 경제를 지탱해왔다.
고유가 시절에는 벌어들인 막대한 외환으로 부족한 물자를 수입해 메울 수 있었으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기존의 경제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저유가 직격탄에 더해 정부의 외환 및 가격 통제는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
차베스 집권 시절부터 베네수엘라 정부는 기존 산업자본을 규제하고 이를 국영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외환통제 정책과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 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은 고삐 풀린 듯 치솟았고,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 치안 부재, 보건의료 시스템 마비 등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이 가중됐다는 것이 우파 국제사회의 평가다.
여기에 작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경제·금융 제재를 잇달아 가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설상가상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 '암울한' 베네수엘라의 미래
국내외 반발 속에 마두로 대통령이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야권은 작년 대선 당시 주요 후보가 수감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라 출마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마두로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우파 정권이 들어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마두로의 재선이 불공정한 선거의 결과였다며 그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두로 정권 퇴진 움직임에 더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붕괴한 경제 시스템 탓에 향후에도 베네수엘라 경제는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1천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전문 정보 매체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2019∼2021년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16%에 달하고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