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 '멧돼지들의 습격' 주민 불안…인명·재산피해 속출

입력 2019-01-24 11:11
수정 2019-01-24 17:50
황금돼지해 '멧돼지들의 습격' 주민 불안…인명·재산피해 속출

먹이찾아 시기·장소 안 가리고 출몰, 소방당국 "재빨리 피하는 게 최선"

(전국종합=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황금돼지해인 올해 멧돼지들이 사람을 습격하거나 도심에 출몰하는 사례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에서는 산에 나무하러 간 60대 남성이 멧돼지에게 온몸을 물어뜯겨 처참하게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10분께 경북 예천군 유천면 성평리 야산에서 이 마을에 사는 노모(65·농업)씨가 멧돼지에게 온몸을 물려 숨져있는 것을 주민과 119구조대가 발견했다.

노씨는 이날 오후 "산에 나무를 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아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찾던 중이었다.

노씨는 집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서 가슴과 팔, 다리 등 온몸이 물린 상처로 이미 피투성이 상태에서 발견됐다.

119 대원 등은 숨진 노씨 주변에 서성이던 큰 멧돼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차를 이용해 산으로 쫓아버렸다.

같은 날 오전 4시께는 부산 사하구 당리동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대형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주민들을 한동안 불안에 떨게 했다.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멧돼지는 주차장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에서 주차된 차량 위로 뛰어내려 파손하기도 했다.

멧돼지는 이후 아파트를 빠져나가 사라졌지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추적한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에게 16시간 만에 포획했다.

잡힌 멧돼지는 무게 180㎏짜리 수컷이었다.

지난 17일에는 오후 9시 3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한 도로에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났다. 당시 도로에는 버스와 승용차 여러 대가 다녔고 행인도 일부 있었다.

멧돼지를 목격한 주민이 재빨리 피하면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9시 20분께도 부산 서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큰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아파트와 인근 서구청, 아미파출소 일대를 활보하는 멧돼지에 놀란 시민 신고가 19건이나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멧돼지를 1시간가량 추적해서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멧돼지를 순찰차로 2차례 들이받은 뒤 포획했다.

도심 나타난 150㎏짜리 대형 멧돼지…순찰차로 들이받아 포획 / 연합뉴스 (Yonhapnews)

경찰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생포를 시도했지만 실패해 순찰차로 들이받아 포획했다"며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 멧돼지가 인근 야산에서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멧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도심이나 민가 주변에 출몰하자 소방청은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멧돼지 관련 119 출동은 월평균 238건, 이 가운데 1월 출동 건수는 256건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겨울철에도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멧돼지 출현이 잦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소방청 관계자는 "멧돼지는 먹이 섭취가 늘어나고 짝짓기를 하는 가을과 겨울에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고 설명했다.

또 "멧돼지를 마주쳤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뛰면 오히려 멧돼지가 놀라서 공격할 수 있어 금물"이라며 "멧돼지를 위협하거나 접근하지 말고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u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