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힐러리' 꿈꾼다…美민주당 대선 후보 '여풍'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다수의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들이 대권 도전에 나서고 있어 정치 지형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만은 미국 유권자들이 여성에게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부수는데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대감이 잇따른 출마 선언의 배경에 깔려 있다.
첫 스타트를 끊은 여성 정치인은 지명도가 높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다. 그는 지난 연말에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어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주),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 털시 개버드 상원의원(하와이주) 등 3명이 대권 도전 레이스에 가세했고 에이미 클로부커 의원(미네소타주)도 저울질에 한창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베토 오루크 상원의원,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같은 민주당의 비중 있는 인사들도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성 후보자들이 언론의 주목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이다.
델라웨어 대학 정치학과의 에린 카세즈 교수는 AFP통신에 이처럼 많은 중견 여성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대선 레이스에 일종의 분홍색 물결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2016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다 좌절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실망한 지지자들 앞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패배를 인정하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바라건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는 빨리" 꿈을 이룰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시 클린턴 후보의 러닝 메이트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은 "2016년에 고통스럽게 깨닫게 된 한가지 교훈은 첫 여성 대통령 후보에 대해 적용된 이중 잣대의 추악함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성이 정치 분야에서도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개탄하면서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이 "여성 후보들을 향한 강력한 에너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중간 선거는 몇가지 기록을 깨뜨렸다. 역대 최다의 여성들이 연방 의회는 물론 50개주 의회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세즈 교수는 여성 정치인들이 어떻게 경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에 못지 않게 이들이 제시할 정책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이들이 예전의 여성 정치인들이 걸었던 운명을 피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명이란 따뜻히고 매력적이면서 유능하게 비쳐야 하는 딜레마를 가리키는 것이다.
워런 후보를 비롯한 여성 잠룡들은 이미 '호감'이라는 프리즘을 통한 관찰을 받고 있다. 남성 후보들에게는 드물지만 클린턴 후보에게는 가차없이 들이댄 프리즘이었고 그 탓에 클린턴 후보는 무언가 자연스러움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카세즈 교수는 여성 후보들이 종종 전략적 계산을 해야만 하는 압박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여성 이슈를 강조하거나 의도적으로 양성 문제를 무시하게 되는 데 어느 쪽이 나은지를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성폭력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질리브랜드 후보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노동자와 빈곤층 가정을 돕는데 헌신할 것을 출마의 변으로 삼았지만 다른 여성 후보들은 이에 덜 의존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미국인들은 여성 대통령을 선출할 준비가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후보가 비록 선거인단수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총득표수에서 트럼프 후보를 290만표 가량 앞섰기 때문이다.
소수민족 출신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미국 유권자들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감히 저버리고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A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틀림없다. 국민들을 좀더 신뢰하라. 그들은 더 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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