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공포 짓눌린 다보스, 자유무역·WTO 개혁 촉구
메르켈 "다자주의 강화, 국제기구 개혁 필요"·아베 총리도 WTO 개혁론
미·중 갈등 우회적 성토
(다보스=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올해 전 세계 경제 전망에 잇따라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국제기구 개혁을 촉구하는 정상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등 전 지구적 위협은 오로지 조화와 협력 속에서 성립된 다자주의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분명히 우리는 다자주의를 성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불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세계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생각에 의문이 든다"며 "국가적 이익도 다른 나라를 고려하면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무역전쟁에 불을 댕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국가들을 겨냥한 비판이다.
메르켈 총리는 서방국가들이 국제기구 개혁을 통해 다자주의의 파편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국제기구의 역할이 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무역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론에 동의하면서도 일부의 주장처럼 WTO 체제와 같은 룰이 해체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5년 만에 다보스를 찾은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WTO 개혁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교역을 왜곡하는 정부 보조금 문제 등을 바로 잡으려면 미국, 유럽이 WTO 개혁에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세계화 4.0: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아키텍처 형성'이지만 각국 정상과 재계 인사들은 경기 하강 전망을 화두로 삼아 협력과 대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중단을 촉구하면서 연설을 통해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간접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우울한 경기전망으로 문을 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포럼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 다보스 현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5%, 3.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각각 0.2% 포인트, 0.1%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IMF의 발표 후 세계 경제의 하강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전날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 정보 프라이버시 등 거시적 문제를 다루는 세션들이 이어졌던 다보스포럼은 이틀째인 23일에는 암호 자산과 드론, 금융격차 해소,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에너지 전환 등 새로운 기술과 신시장을 다루는 세션들이 잇따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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