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협 비행' 아베의 노림수는?…개헌 이슈화·지지율 올리기

입력 2019-01-23 21:47
수정 2019-01-31 11:20
'또 위협 비행' 아베의 노림수는?…개헌 이슈화·지지율 올리기

협의 중단 발표 이틀 만…보수층 지지세 결집 노린 듯

레이더 갈등 후 지지율 상승세…자위대 위상 부각해 개헌 논의 활성화 '계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자위대의 초계기가 다시 우리 군함 위를 위협 비행하는 도발을 감행한 배경에는 한일 국방 당국 간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의 속셈이 있다.

23일 우리 군에 따르면 일본은 초계기를 남해 이어도 근해에 보내 우리 해군 함정(대조영함)을 식별하고도 거리 약 540m, 고도 약 60~70m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지난 21일 '레이더 조사(照射·비춤)와 저공비행' 갈등에 대해 더는 협의하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지 불과 이틀만이다.

일본이 위협 비행을 다시 한 것은 보수층을 결집해 주춤거리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 대비 2.2~6%가량 하락했고, 일부 조사에서는 3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레이더 갈등' 이슈가 불거진 뒤에는 상승 반전했다.

산케이신문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2%포인트 상승한 47.9%를 기록했다.

한국과의 갈등을 부각한 것이 보수층의 결집이라는 효과를 가져왔고, 지지율 상승효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같은 조사에서는 일본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무려 85%의 응답자가 '지지한다'고 답해 강경 대응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위협 비행 '도발'의 배경에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과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도 있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전후 외교의 총결산'이라고 부르며 잔뜩 힘을 줬던 쿠릴 4개 섬 반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한국에 대한 위협 비행으로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 정권에 대한 불만에 찬 시선을 돌리려 했을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에 한국과 군사적 충돌을 부각하면 꺼져가던 평화헌법(헌법 9조) 개헌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 개헌안을 내놓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민의 무관심 속에 개헌 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갈등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자위대의 위상을 높이는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일단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성사시킨 뒤 9조의 기존 조항(전력과 개전권 보유 금지)을 없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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