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초계기 이번엔 초저고도 위협…韓사격레이더가동 유도하려했나
전문가 "국제적으로 비행 문제 없다 과시…정치적 목적 활용하려는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해상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함정 위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감행해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해군 함정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STIR-180)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억지 주장을 펴면서 관련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해온 일본이 이번엔 '도발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군은 이번 일본 초계기의 행위를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한일 양국의 '레이더와 초계기 위협 비행'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에 따르면 일본 P-3 초계기는 이날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540m까지 접근해 고도 60~70m의 초저고도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한 수역은 일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 곳으로 알려졌다.
"日 초계기 또 우리 군함 향해 540m 거리 위협 비행" / 연합뉴스 (Yonhapnews)
우리 해군 함정은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를 향해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내용으로 수십차례 경고통신을 했다.
그러나 일본 초계기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채 우리 함정으로 접근해 함정 상공에서 원을 그리며 선회 비행을 했다.
해군작전사령부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설치된 직통망으로 "상호 식별을 하고 있었음에도 근접 위협 비행을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라며 일본 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일본 해상자위대는 "국제법적으로 비행을 했다"면서 "우군국이며 식별할 수 있는 항공기에 자위권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철회를 요망한다"라고 답변했다.
자국 초계기가 한국 함정 상공으로 위협 비행을 하고도, '국제법'을 거론하며 적반하장식 대응을 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20일에도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우리 광개토대왕함 상공 150m로 위협 비행을 감행했고, 당시 우리 승조원들이 위협감을 느꼈다고 중언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18일(율곡이이함)과 22일(노적봉함·소양함)에도 우리 해군 함정에 근접 비행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일본의 이런 저고도 위협 비행은 국제기구 규정과도 배치되는 행위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국제민간항공안전협약(ANNEX2 Chapter4 Visual fligt rules)은 "이륙 또는 착륙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지표면 또는 수면 상공을 150m(500ft) 이내로 비행하는 것은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0일 저고도 위협 비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본 측에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일본 측이 우리 정부의 재발 방지 요구를 무시하고 이번에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한 의도에 대해 군 당국은 정밀 분석 중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일본은 자국 초계기가 초저고도로 위협 비행할 경우 한국 함정이 사격통제레이더(STIR-180)를 가동할 것으로 예측한 것 같다"면서 "한국 함정이 STIR-180을 쏘도록 유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21일 자국 초계기가 녹음했다는 화기관제레이더 전자파음을 공개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 우리 대조영함이 STIR-180을 가동했다면 21일 공개한 전자파음과 비교해 자국 주장이 정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했을 수 있다고 군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또 일본은 해당 수역이 중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공해상이어서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비행이라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측이 우리 해군작전사령부에 "국제법적으로 비행을 했다"고 답변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해군의 한 예비역은 "일본은 우리나라가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면서 "공해상에서 타국 함정을 식별하려는 정당한 행위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저고도 위협 비행 주장은 옳지 않다는 뜻을 의도적으로 과시한 것"이라며 "지역내 분쟁을 계속 유발하고 지속해서 끌고 가 일본내 반한 감정을 유발하는 등 국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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