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와대의 '나전칠기 사랑' 현 정부 뿐일까
박근혜, 시진핑ㆍ미셸 오바마에 나전칠기 바둑함ㆍ반상기 세트 등 선물
이명박, 핵안보정상회의때 나전칠기 새겨진 삼성 갤럭시탭 선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나전칠기 사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나전(자개)을 이용해 다수의 기념품을 제작해 국내외 손님에게 선물하고, 관련 전시회까지 열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특별히 나전 공예품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나전칠기박물관을 운영하는 손 의원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소속 한선교 의원도 지난해 청와대 사랑채의 나전공예 전시회를 언급하면서 "손 의원을 비롯한 여러 무리의 기획 비리가 정점이 된 게 지난해 8월"이라면서 "당시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실에서 한 달간 나전칠기 공예전시가 있었다"며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기념품에) 청와대 브랜드를 쓸 경우 혐오스럽거나 지나치지 않은지, 그런 것만 점검할 뿐이지 특정 업체를 선정한다든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바깥에 관람객들을 위해 하는 (전시회 같은) 것도 전통문화 관련 기관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시계 다이얼을 백색자개로 만든 '문재인 시계', 독일 G20 회의 해외 순방(7월)과 러시아 순방(9월) 때 귀빈선물로 제공된 자개 장식이 들어간 텀블러(물병), 손거울 등을 예로 들며 현 정부의 나전칠기 사랑이 손 의원과 관련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전 공예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기념품으로 이전 정부에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7월 국빈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바둑알이 든 나전칠기함을 선물했다. 바둑 애호가인 시 주석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시 주석 부부에게 나전장인 이복동씨와 자수 기능인 김애옥씨가 만든 옻칠 보석함을, 같은 해 5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전통 나전칠기로 만든 반상기 세트와 한국요리 책자를 각각 선물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12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아세안 정상들에게 직접 나전칠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나전 공예품 선물은 활발히 이뤄졌다.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 정상 57명은 나전칠기가 새겨진 삼성 갤럭시탭을 선물로 받았다.
당시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나전칠기 장인이 뒷면을 국내산 옻칠로 마감하고, 남해안 전복껍질을 사용한 나전으로 모란 문양과 각 정상의 이름을 새겨 넣어 국가 간의 우호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남 통영의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남쪽의 장인(匠人)이 만들었습니다. 부산 APEC때도 이분이 만든 작품을 회의장에 설치했습니다"라고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귀한 진품을 가져다주셨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외국에서 나전 공예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우리에게 '역선물'한 사례도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2008년 방한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케이스에 매화·나비 문양 자개 옻칠을 한 비디오 게임기 X박스360을 선물했다.
이 제품은 한국의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에 반한 게이츠가 김영준 작가에게 의뢰해 탄생했다. 게이츠는 나중에 이 제품 100점을 추가 주문해 세계 저명인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