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폭탄의 이면…"우량기업 행세하려 자사채권 매입"
채권발행량 부풀려 신용위험 은폐·부도위험 자극·투자자 타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 정부의 부채감축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 차입역량을 사실상 허위로 부풀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 채권시장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면서 그 채권의 일부를 간접적으로 매입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런 전략을 통해 채권발행 규모를 늘려 자금조달 능력을 외부에 과장할 수 있게 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당국이 2년 전 부채감축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때부터 이런 관행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에서 부도 우려가 확산한 작년부터 자사 채권의 일부를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사 채권을 사는 기업의 대다수는 민간 부실기업이나 중국 지방정부의 자금조달기관(LGFV)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일반적인 자사 채권 매입은 채권 발행업체가 자사 채권을 사는 자산운용사에 돈을 주고 '후순위 트란쉐'(가장 먼저 손실을 떠안는 지분)를 사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애널리스트인 리창은 "기업들이 자사 채권의 수요를 떠받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차후 채권발행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구조화 금융 기법을 저렇게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창은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에 선순위 트란쉐(가장 나중에 손실을 떠안는 지분)를 산 투자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이런 행위를 감독하는 기관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에버브라이트 증권의 애널리스트 장쉬는 금융상품 거래가 늘고 수수료가 증가하기 때문에 감독기관들도 그런 관행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장쉬는 일부 허약한 채권발행자들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시장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신국제신용평가의 대표 줘하오는 중국의 많은 민간기업이 자사 채권 판매를 지원하는데 자기 자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채권발행으로 실제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도 자금조달에 계속 압박을 받고 이자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책당국은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기업과 지방 당국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고 지원책을 운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험 채권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 범람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결국 일부 채권발행자들이 여전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자사 채권 매입의 유혹에 빠질 수 있게 될 것을 시사한다고 해설했다.
AJ증권의 투자담당 매니저인 양신은 자사 채권 매입이 중국 금융시장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신은 "그런 비시장적인 접근 때문에 신용 리스크가 은폐되고 투자자들의 판단도 방해를 받는다"며 "구조화 채권발행은 LGFV 부문 부도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고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업체들도 잠재적인 손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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