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노조 결성 추진 인사들 '고강도 탄압'

입력 2019-01-23 11:30
중국 당국, 노조 결성 추진 인사들 '고강도 탄압'

홍콩언론, 노동운동가 일제 검거 보도…당국 "사회질서 문란 혐의"

노조 지지한 대학생들은 '범죄 인정' 동영상 촬영 강요받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노동자·농민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노동조합 결성이나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노동운동가와 대학생들을 탄압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지난 20일 저녁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가인 우구이쥔, 장즈루, 허위안청, 쑹자후이 등 4명이 일제히 경찰에 체포됐다.

허난(河南)성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가 젠후이도 이들과 함께 검거됐다. 노동운동가 린둥은 광시(廣西)에서 검거됐다가 석방됐고, 이후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장즈루의 가족은 "경찰에서 통보를 받은 이상 변호사를 선임해 그와의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경찰 측에서는 조사 결과에 따라 그의 구금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는 '군중을 모아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려고 했다'는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검거된 우구이쥔은 지난 2013년 선전에서 일어난 노동자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13개월 동안 구금됐다. 당시 검찰은 끝내 그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기소를 취하했다.

장즈루와 린둥은 노동운동 지원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2014년 광둥성에서 발생한 노동자 파업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구금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들이 일제히 검거된 것은 지난해 중순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자스(佳士)과기공사 사태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선전시의 용접설비 제조업체인 자스과기공사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노조 결성을 추진했으나, 경찰의 탄압으로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중국 전역의 노동운동가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나서 이들에 대해 지지 운동을 벌였고, 큰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홍콩의 노동운동가 제프리 크로살은 "자스과기공사 사태에 공안 당국은 매우 당황했다"며 "이들이 알고 있는 유일한 대응책은 노동자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노동자들을 지지한 대학생들은 당국에 의해 범죄를 인정하는 동영상을 찍을 것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당국에 끌려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베이징대 졸업생 위에신(岳昕) 등을 비롯해 베이징대 의학부, 중산대, 남경농업대 등의 대학생 4명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온라인 동영상을 촬영할 것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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