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국감옥에서 축구해야 하나" 강제송환 위기 축구선수 호소

입력 2019-01-23 10:45
수정 2019-01-23 14:04
"왜 태국감옥에서 축구해야 하나" 강제송환 위기 축구선수 호소

왕실비리 의혹 폭로로 바레인서 도피 뒤 난민인정…작년 태국서 체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왜 제가 태국 감옥 안에서 축구를 해야 하나요"

강제송환 위기에 처한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6)가 태국 당국에 석방을 거듭 호소했다.

23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AP·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축구 국가대표 출신 TV 해설자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전날 태국 방콕 외곽의 교도소를 방문해 구금 중인 알아라이비를 면담했다.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휴가차 태국에 왔다가 체포돼 본국 송환 위기에 놓였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알아라이비는 왕실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당국에 체포됐고, 고문을 받는 등 탄압에 직면하자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호주 정부는 2017년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고 알아라이비는 같은 해 호주 멜버른에 연고지를 둔 세미프로 축구팀의 선수로 등록해 뛰어 왔다.

그러나 바레인은 알아라이비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을 거쳐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포스터는 교도소 면담 뒤 언론과 만나 "알아라이비는 구금된 지 거의 2개월이 다 돼가면서 희망을 잃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언급하며 "FIFA는 인권정책을 옹호하는 데 실패했고 AFC와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터는 알아라이비가 구금 중인 태국 교도소 내에서도 축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알아라이비는 교도소 내 챔피언전에서 뛰기도 했다"며 "이겼냐고 물었더니 '이겼지만 다쳐서 다시 뛰진 못한다'고 대답하면서도 그는 '왜 내가 교도소 안에서 뛰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FIFA에 전하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FIFA는 지난 9일 태국 정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알아라이비를 석방해 난민 자격이 인정된 호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알아라이비에 대한 강제 추방은 법원에 의해 일단 보류된 상태다.

알아라이비 변호인에 따르면 바레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교 경로를 통해 태국 정부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 신청자나 난민에 대한 처우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왕실비리 폭로 난민 운명은?…국제사회 달구는 '태국 강제송환'/ 연합뉴스 (Yonhapnews)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