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2년 전 괴한에 습격당한 크비토바, 눈물의 인터뷰

입력 2019-01-23 09:43
[호주오픈] 2년 전 괴한에 습격당한 크비토바, 눈물의 인터뷰

2016년 12월 왼손 크게 다쳐…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 1위도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 선수 생활의 두 번째 장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2011년과 2014년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페트라 크비토바(6위·체코)가 약 2년 전 괴한에게 습격당한 아픔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크비토바는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준준결승에서 애슐리 바티(15위·호주)를 2-0(6-1 6-4)으로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미 메이저 우승 경력이 두 차례나 있는 크비토바에게 4강은 아무것도 아닌 성적일 수 있지만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크비토바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윔블던 우승 이후 약 4년 반 만에 다시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크비토바는 2016년 12월의 끔찍했던 기억과 이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 터다.



크비토바는 2016년 12월 체코의 자택에서 한 남성의 습격을 받아 왼손을 크게 다쳤다.

왼손잡이인 크비토바는 왼손 신경이 손상되는 바람에 거의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2017년 1월 호주오픈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1993년 경기 도중 코트에서 괴한에게 등을 찔린 모니카 셀레스 사건 정도는 아니지만 크비토바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은 테니스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 졌다.

2017년 5월 프랑스오픈에 복귀했으나 2회전 탈락에 그친 크비토바는 복귀 이후로는 2017년 US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2018년에는 한 번도 메이저 대회 16강에 들지 못했다.

왼손을 다친 이후 2017년부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단식에서 7차례 우승하며 정상급 실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우던 크비토바로서는 이번 대회 4강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크비토바는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코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다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제 선수 생활의 두 번째 장"이라며 "두 번째 무대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4강에 오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비토바는 "왼손을 다친 이후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며 "테니스를 하다 보면 항상 이기고 싶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패하면 상처를 받지만 결국은 인생 자체가 승리"라고도 말했다.

개인 최고 랭킹이 2011년 2위인 크비토바는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자신의 테니스 인생 '1장'에서도 이루지 못한 1위가 될 수 있다.

크비토바는 "지금 눈물이 나고 있지만 이것은 물론 기쁨의 눈물"이라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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