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다보스포럼, 지속 가능·사람 중심 세계화 모색(종합)

입력 2019-01-23 02:53
수정 2019-01-23 13:30
막 오른 다보스포럼, 지속 가능·사람 중심 세계화 모색(종합)

포퓰리즘 득세·지정학적 갈등 속 세계화 방향 논의

주요 정상 불참에 김빠진 토론…'공허한 말 잔치' '로비장소' 비판도 여전

(다보스=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전 세계 정·재계,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요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제49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2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 포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64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40여개 국제기구 대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재계 거물급 인사 등 3천여 명이 참석했다.

350여개 공개·비공개 세션으로 구성된 올해 포럼의 전체 주제는 '세계화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아키텍처 형성'이다.

다보스 포럼이 추구해왔던 세계화라는 큰 틀 아래 올해는 ▲ 평화를 위한 글로벌 차원의 대화·협력 증진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반영하는 경제의 미래 ▲ 신기술 관련 산업 시스템과 기술 정책 ▲ 인적자원과 사회 ▲제도적 개혁 등을 위한 대화 등이 세부 주제로 다뤄진다.

갈수록 커지는 지구촌의 빈부 격차와 지구 온난화 문제도 나흘간 열리는 소규모 세션의 주요 주제들이다.

첫날 기조 연설에 나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세금 감면, 규제 철폐 등을 내세우며 브라질에 적극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창립자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의 교차로에 서 있다"며 "세계화 4.0은 사람을 기술의 노예가 아닌, 사람을 상호 연결된 세계의 중심에 놓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혼란과 지정학적·경제적 힘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현세대가 전 지구적인 불안정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상상력과 헌신을 묶어내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밥 창립자는 세계화가 빈부 격차의 그늘을 짙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 이달 15일 기자회견에서 '도덕적으로 재정립된 세계화'를 언급하면서 세계화로 인해 뒤처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포퓰리즘 등 세계화를 가로막는 장벽에 맞서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을 가속화면서 빈부 격차와 기술에 의한 인간의 소외, 환경 파괴에 대응하는 방안의 모색이 세계화 4.0 큰 논의 틀이다.

경제인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던 다보스포럼은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세계화에 반대하는 시민 사회로부터 줄곧 비판을 받았다.





세션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비표 비용만 참가 행사 범위에 따라 최저 6만 달러(6천700만원)에서 최고 60만 달러(6억7천만원)에 이르러 '배지(badge) 장사'를 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나마 다보스포럼이 빈부 격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세계화의 부작용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다.

포럼 참석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며 당선되고 유럽에서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 줄줄이 극우·우파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하자 세계화의 위기를 체감했다.

2017년 1월 다보스포럼은 '트럼프 시대'의 리더십이 화두였다. 기조연설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호무역, 고립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참석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났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해 포럼 때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8년 만에 다보스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폐막 연설에서 다시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화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거 불참했다.

유엔의 관점에서 보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정상이 모두 불참한 셈이다.

포럼이 목표로 했던 지정학적·경제적 대화나 평화를 위한 글로벌 차원의 대화를 내실 있게 하기에는 시작부터 김이 빠진 셈이 됐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을 취소한 데 이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대표단 파견도 철회해 미국 경제부처 수장들을 만나고 싶어했던 전 세계 재계 인사들을 실망시켰다.



포럼의 주제들이 '20대 80'을 넘어 '10대 90'으로 가는 불평등 사회 구조 아래 세계화에 고통받는 다수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반영하지 못하고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세계화 4.0'은 다보스에서 강령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다보스를 벗어나면 실체가 있느냐는 논란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 포럼에서 공동 의장을 맡은 청년 사회, 환경 활동가들은 개막식 세션에서 이주자 문제, 기후변화 등 매우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승자독식(Winners take all)'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전직 칼럼니스트인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다보스는 아이디어 교류를 위장한 로비장소"라고 비판하면서 취소돼야 할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에 다니는 누구도 (다보스에 참석하는) 골드만삭스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사업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골드만삭스는 은행이고 돈을 벌기 위해 있다. 사회적 책무나 기부는 선의를 사거나 금융위기 때 이사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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