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주민 인권운동가 모욕사태 논란 확산…트럼프도 가세
사태 발단 보여주는 추가 동영상 나와 진위 논란
트럼프 "가톨릭고 학생들, 부당대우 받는 것 같다" 두둔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 원주민 인권 활동가를 조롱하는 듯한 한 가톨릭고교 학생의 동영상이 유포돼 이 학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추가 동영상이 나오면서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학생이 속한 학교와 지역 가톨릭교구는 사과 성명을 내고 학생에 대해 퇴학을 포함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사자인 고교생은 인신공격을 묵과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미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당초 유포된 약 3분 40초 분량의 동영상은 켄터키주 코빙턴 가톨릭고 2학년생인 닉 샌드먼과 인권 활동가이자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네이선 필립스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30㎝ 정도 거리에서 2분 넘도록 꼼짝 않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내용이었다.
샌드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웃음을 띤 채 필립스를 노려봤다.
이들 주변으로는 샌드먼의 학교 동료들이 둘러서서 웃고 떠들며 "(국경)장벽을 건설하라"고 외쳤다.
동영상 공개 뒤 샌드먼을 포함한 이 학교 학생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된 1시간 46분 분량의 동영상은 좀 더 복잡한 사건의 전말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을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당초 사태의 발단이 된 인물은 이들이 아니라 4∼5명쯤 되는 흑인인 히브리인 후손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이곳에서 시위를 하던 미국 원주민들을 향해 '잘못된 신을 섬겨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겼다'고 공격했다.
이어 코빙턴 가톨릭고 학생들이 도착하자 이들은 가톨릭과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대부분 백인인 학생들을 '크래커'(cracker·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백인)라고도 불렀다.
이에 맞서 학생들이 웃통을 벗고 연호하며 대치 국면이 조성됐을 때 인권 활동가인 필립스가 북을 두드리며 이들 사이로 끼어든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엔 흥겹게 북소리에 반응하는 듯했지만 어느새 조롱하는 투로 변했고 결국 응원가를 부르며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돌아가라", "장벽을 건설하라" 등을 외치게 됐다.
필립스는 "어느 순간 내가 야수와 먹이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내 공포심의 일부는 그 소년들 사이에 있던 군중심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인종차별주의였고 증오였다.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난의 표적이 된 샌드먼은 장문의 성명을 내고 자신은 필립스와 맞서지 않았으며 필립스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명에서 "꼼짝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행동을 설명했다.
샌드먼은 자신과 가족이 살해 위협까지 당했다면서 "인종차별주의자를 포함해 온갖 별명을 나에게 붙이고 있다. 내 가족의 이름에 대한 인신공격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샌드먼을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닉 샌드먼과 코빙턴 가톨릭고 학생들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성급한 판단 때문에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며 언론에 탓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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