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항 '쥐그림' 복면화가 뱅크시 작품?…당국, 진위 감정키로

입력 2019-01-23 07:00
도쿄항 '쥐그림' 복면화가 뱅크시 작품?…당국, 진위 감정키로

도쿄도, 그림 그려진 방파제 문 수거…소더비 관계자 "진품이면 '경매 대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쿄(東京)항 방파제 문에서 얼굴없는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과거 작품과 유사한 쥐 그림이 발견돼 화제다.

도쿄도(東京都) 당국은 훼손을 막기 위해 그림이 그려진 문짝을 수거해 보관하면서 진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골치를 썩고 있다.

뱅크시는 어디 사는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세계 각국의 벽에 낙서를 남겨 성가를 높이고 있는 거리화가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도쿄항을 순회하는 수상버스와 식당을 갖춘 유람선 등의 발착지인 일출부두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유리가모메선 '히노데역(日の出?)' 인근 방파제에 설치된 높이 1m 정도의 문짝에서 쥐그림이 발견됐다.

"깨끗하게 잘 그린 귀여운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그림은 도쿄도 항만국 직원이 최소한 10년 정도 전에 발견했다. 당국은 공공시설물에서 눈에 띄는 낙서가 발견되면 즉시 지운다. 이 그림도 "낙서라면 낙서"(담당자)지만 A4 용지 크기의 불쾌감을 주지 않는 그림이어서 나중에 지울 생각이었다고 한다.

방파제 문짝은 오래된 수동식이어서 1, 2년내에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말 "뱅크시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는 그림이 있다"는 연락이 도청에 들어오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미술 관계자들 사이에서 "뱅크시의 진품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화제가 되자 도 당국도 "진짜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술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은 생활문화국 직원들이 협의한 끝에 도난당하거나 지워질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달 16일 문짝을 떼어내 창고에 보관했다.

진위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뱅크시에 관한 책을 번역한 모리 요시타카(毛利嘉孝) 도쿄예술대학 교수에 따르면 일본 국내에서 그동안 도쿄 아오야마(靑山)와 하라주쿠(原宿), 롯폰기(六本木)에서 "뱅크시 작품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것과 매우 닮은 쥐 그림은 런던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뱅크시 감독의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SHOP)'(2010년)에 등장한다.

'뱅크시 비공식'으로 불리는 해외사이트에는 'Banksy in Tokyo 2003'이라고 적힌 이번에 발견된 그림과 같은 작품이 소개돼 있다.

모리 교수는 "일본 국내에서 뱅크시가 그렸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쥐는 도시에 반드시 있기 마련이지만 모습을 볼 수 없어 구제대상이다. 부두는 도시재개발의 상징인 만큼 그곳에 남겨졌거나 무시당하거나 쫓겨나는 것 등을 그린건지 모른다"는 것이다.

경매업체인 소더비 재팬의 이시자카 야스아키(石坂泰章) 사장에 따르면 해외 경매에서 작년에 뱅크시의 작품이 18만8천500 유로(약 2억5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시자카 사장은 "이번에 발견된 그림도 (진품이면) 경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복면 예술가, 사회풍자적인 그래피티 미술가, 거리미술가 등으로 불리는 뱅크시는 본명을 비롯,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대작을 단시간에 그려내 여러 사람으로 이뤄진 그룹이라는 설도 있다.

2018년 현재 영국을 포함, 세계 170개소에 작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5년 각국 유명미술관의 인기없는 전시실에 무단으로 그림을 전시, 한동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전시를 계속해 화제가 됐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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