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류, 서양 요리에도 두루 맞는다"

입력 2019-01-22 11:48
수정 2019-01-22 16:30
"한국의 장류, 서양 요리에도 두루 맞는다"

스페인 셰프 비아르네즈 "한국의 깊은맛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해"

샘표 '연두' 세계요리에 접목 시도…주한 외국인 초청 특강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국의 장(醬) 제품을 어떻게 서양인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장은 서양 요리에 두루 쓰일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업체 샘표가 운영하는 '미국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의 자우마 비아르네즈(41) 수석 셰프는 22일 서울 한식진흥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 전통 장의 가능성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비아르네즈 셰프는 스페인의 유명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 출신으로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에서 13년 넘게 요리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전문가다.

2017년 한국의 장에 매료돼 샘표로 적을 옮긴 뒤 콩 발효 소스 제품 '연두'를 활용한 요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샘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채소 섭취율이 가장 높다. 밥상의 70%가 채소로 이뤄져 있다. 간장·된장 등 전통적 기법의 콩 발효 소스를 활용해 나물·김치·장아찌 등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아르네즈 셰프는 나물과 김치 등이 오른 한식 밥상을 소개하며 "한국은 삼면이 바다라 품질 좋은 소금이 나고, 한반도의 70%는 낮은 산"이라면서 "이런 환경에서 밥상의 70%가 채소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은 풍성한 채소와 곡류를 나게 했다"며 "겨울을 나기 위해 다양한 먹거리를 저장하게 됐는데, 그 중요한 원료가 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인이 채소를 많이 먹는 비결이 무엇이겠냐. 건강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채소를 '맛있게' 먹기 때문"이라며 그 비결로 장을 꼽았다.

비아르네즈 셰프는 2012년 알리시아 수석 셰프로 근무할 당시 샘표와 장을 주제로 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의 콩 발효 제품을 처음 접했다. 이 가운데 샘표의 '연두'에 매료돼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에 매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비아르네즈 셰프는 "'연두'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특히 채소 요리와 좋은 시너지를 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다"며 "'연두'는 한식의 깊은 맛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현지 음식과 식재료 고유의 특성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깊이를 더하고 맛을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샘표는 지난해 뉴욕에 연두 홍보 공간인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만들어 본격적인 해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비아르네즈 셰프의 지적처럼 이곳에서는 '퀵 채소 수프'·'후무스'·'바바 가누쉬'·'연두 올리오' 등 '연두'를 활용한 이색적인 세계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이탈리아·독일 등 각국 대사관 관계자와 주재원을 대상으로 '우리맛 에센스 콩 발효에서 글로벌 채식 푸드 트렌드의 솔루션을 찾다'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선재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외국인에게 말을 할 때 '통역'이 필요한 것처럼, 식재료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는 '장'이 이 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여러분에게 5천년 장의 역사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시간에 우리 장의 지혜로 여러분의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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