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호텔 16층서 창문 떨어져 관광객 1명 사망
머리에 창문 맞은 중국 관광객 병원 이송됐으나 숨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도심 호텔 16층에서 갑자기 창문이 떨어져 밑을 지나던 행인이 이에 맞아 숨지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30분 무렵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온 관광객 A(24·여)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홍콩 침사추이 지역 인도를 걷고 있었다.
침사추이 지역은 홍콩 최대의 관광 명소로, 한식당 등이 많아 한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런데 A 씨가 지나가던 인도 옆에 있던 미라 호텔 16층에서 갑작스레 길이 144㎝, 폭 30㎝의 창문이 알루미늄 재질의 창틀과 함께 통째로 떨어졌고, A 씨는 이 창문에 머리를 강타당했다.
A 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긴급히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두 시간도 못 돼 숨지고 말았다. 남자친구도 유리창 파편에 상처를 입었으나, 다행히 가벼운 상처에 그쳤다.
경찰은 창문이 떨어진 객실을 청소하고 있던 39세 여성을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 여성은 경찰에서 "객실에서 담배 냄새가 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창문이 떨어져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행정당국은 이 여성의 과실 여부와 함께 호텔 측의 관리 책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948년 영업을 시작한 미라 호텔은 200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도청 의혹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러시아로 망명하기 전 홍콩을 거쳐 갈 당시 묵었던 호텔이기도 하다.
좁은 도심에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밀집한 홍콩은 노후 건물의 부실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지어진 후 10년 이상 지난 건물은 책임자를 둬 정기적인 검사와 유지보수를 받도록 하는 규제가 도입됐으나, 이는 주거용 건물에만 해당할 뿐 상업용 건물과 호텔 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업용 건물과 호텔 등의 안전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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