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병 때리고 무면허 주사 놓은 의무병, 선고유예로 감형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의무병으로 복무하며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와 불법 의료행위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역 병사가 2심에서 선고유예로 감형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군형법상 직무수행 군인 특수폭행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2016∼2018년 육군 의무병으로 복무한 A씨는 전역을 3개월여 남기고 후임병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훈련 중 후임병이 암구호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자 소총 개머리판으로 방탄 헬멧을 착용한 머리를 때리고, 어깨를 깨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TV에서 병영 부조리 사례가 방송되자 자신도 해 보고 싶다며 후임병에게 숨을 참도록 강요하고, 공구를 이용해 새끼손가락을 누르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
그는 폭행 피해자이기도 한 후임병에게 여드름을 치료해주겠다며 직접 스테로이드제를 얼굴에 주사해 무허가 의료행위를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후임병에게 보인 폭력적 범행이 그저 장난이었다거나, 후임병이 범행을 유발했다거나, 피해 사실 호소가 과장됐다고 하는 등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하급자들을 지도하고 도와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범행 전에도 폭언과 욕설 등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자숙하지 않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깊이 반성하며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전역 전에 영창 15일의 징계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이유로 선고유예로 감형했다.
입대 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휴직하고 복무했던 그가 이 사건으로 소속 소방서에서도 징계에 회부돼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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