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황교안 역량 검증될 것"…황교안 "통진당 누가 없앴나"(종합)
'PK·TK 공략' 두 당권주자 메시지 대비…부산시당서 첫만남 '포옹'
吳 "홍준표, 지방선거 대참패…김병준 출마하면 당원 혼란"
黃, 병역면제 논란에 "사실왜곡 네거티브…최순실 실체 몰랐다"
(서울·부산·대구·창원) 이한승 이은정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 유력 당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1일 전당대회 레이스에 불을 붙였다.
오 전 시장이 부산·경남(PK)을, 황 전 총리가 대구·경북(TK)을 각각 첫 공략지로 삼은 것만큼이나, 표심을 파고드는 두 사람의 메시지와 선거운동 방식도 대비됐다.
"열심히 합시다"…부산서 만난 황교안ㆍ오세훈 짧은 인사 / 연합뉴스 (Yonhapnews)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 등 경쟁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신의 비교우위를 내세웠지만, 황 전 총리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삼간 채 '통합진보당을 누가 해산시켰나'라고까지 물으며 자신이 보수우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앞세웠다.
이는 오 전 시장이 비박(비박근혜) 진영에 뿌리 둔 이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편인 반면 황 전 총리는 옛 친박으로 분류된 쪽에 호소력을 가졌다는 분석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경남도당과 창원상공회의소 방문·원전 관련 용역업체 간담회·부산시당 경제정책위원회·부산시당 청년위원회 만남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PK 지역을 공략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선거 운동 기간 그분(황 전 총리)의 비전이나 정치적 역량이 검증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후보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중간 지대에 계신 분을 설득해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최적화된 당의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선 "이번 전대는 (홍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한 뒤 물러나 치르는 것"이라며 "당원이나 유권자들이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무당적 상태였지만, 마음은 한국당에 있었다"며 "홍 전 대표가 '밥상 차려놓으니 숟가락을 얹었다'고 말하는데 잘 알지 못하고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전대 준비를 위한 비대위원장 본인이 직접 출마한다면 많은 당원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겠나"라고 견제했다.
오 전 시장은 특히 이날 일정 상당수가 '경제 행보'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 전 시장은 기자들을 만나 "황 전 총리가 영남을 방문한 취지와 저의 콘셉트는 조금 다르다"며 "제가 영남을 찾은 이유는 이 지역 경제가 가장 어렵다고 해서 얼마나 어려운지 피부로 느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마찰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등 이 정부가 행하는 여러 가지 경제정책이 경제 현장에 깊이 파고들어 지역사회에 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대구상공회의소·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경북도당 방문·부산 유엔기념공원 헌화·부산시당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영남 지역을 누볐다.
황 전 총리는 특히, 애초에는 예정하지 않은 부산 유엔기념공원 헌화 일정을 추가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6·25 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유해가 안장된 공원묘지로,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보수의 대표 주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차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황 전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많은 남북 협의가 있었지만, 안보에 진전이 있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대여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11월 법무장관으로 있으면서 통진당 해산을 이끌었고, 이는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사례로 기록됐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정당정치와 정치결사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골간과 핵심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통진당 인사들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짓밟았다"고 반발하는 등 큰 논란이 뒤따랐다.
황 전 총리는 또 홍준표 전 대표가 제기한 자신의 병역문제에 대해선 "재검까지 받았으나 군의관이 '심한 담마진(두드러기)이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병역을 마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지만, 사실을 왜곡한 네거티브를 위한 네거티브는 그만둬야 한다"고 반론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도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몰랐지만, 총리로서 그것을 막아내지 못해 안타깝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부산시당 정책간담회에서는 한 시민이 격앙된 목소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법사기 언론선동 조작으로 인민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총리님은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제가 모신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갖고 있다"며 "어떻게든지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정이 겹친 부산시당에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1분 50초 간 깜짝만남을 갖고 오 전 시장 제안으로 서로 포옹하고 취재진에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를 크게 환영한다며 맞았고, 황 전 총리는 둘이 만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진태 의원 역시 부산시당 간담회에 참석해 황 전 총리에 대해 "훌륭한 분이 들어오셨지만 당이 이런 식으로 몰려다녀서는 안된다"며 "진정으로 이 분을 원하신다면 당원으로서 확실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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