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 간 손혜원 의혹…'미공개정보 이용' 규명이 관건
상임위 정보로 샀다면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위반 적용 가능
부동산실명법·직권남용도 거론…孫 부인 속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시민단체가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손 의원도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의 실체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과 관련해 손 의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주된 혐의로는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의무 위반이 거론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1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게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이고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있다고 본다"며 이를 거론했다.
부패방지법 해당 법조는 공무원이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망각한 채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적용되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위원을 지내다가 작년 7월 교문위에서 분리된 문화체육관광위(문체위)로 소속으로 현재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문체위는 문화재청을 관할하는 상임위다.
법원은 '업무상 비밀'의 범위를 꼭 명시된 '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이고 미리 알 경우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안으로 비교적 폭넓게 해석한다.
결국 손 의원이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의 소관 국회 상임위원으로 있으면서 사전에 입수한 '미공개정보'를 토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손 의원은 "미공개정보 활용 의혹은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문화재 지정을 막아야 오히려 아파트 재개발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을 비롯해 손 의원의 조카, 보좌관 가족 등이 일대 부동산을 여러 채 매입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손 의원 측은 문화재단이나 조카 명의의 부동산과 관련해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밝히며 차명 거래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손 의원과 관련된 부동산이 여러 채인 만큼 자금 출처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세금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없었는지도 조사 대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는지도 검찰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다만 문화재 재정 관련 업무가 교문위원 혹은 문체위원의 권한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점이 수사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도 최근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어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다만 손 의원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가 많지 않아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한편 손 의원이 의혹 보도를 최초로 한 SBS를 비롯해 언론들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원론적으로 검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 내용만으로는 적용 혐의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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