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성장엔진 식어간다…중국경기 올해는 더 잿빛
소비자 지갑닫고 기업 투자 꺼려…성장률 전망 낮출 듯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가 식어가고 있다. 그것도 세계가 그 역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21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미 중국 경제의 하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2019년에도 중국 경제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던 중국 경제를 더욱 짓눌렀다.
투자와 소비, 수출 지표 등은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고용 지표도 부진하다. 중국 곳곳에서 기업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직원들에게 장기간의 휴가를 주고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은 여러 부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동차는 지난해 여름부터 판매가 줄었고, 스마트폰 시장도 쪼그라들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부진하다.
애플은 최근 중국 시장의 아이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춰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차량 판매는 29년 만에 감소했다.
포드는 지난해 11월 충칭에 있는 조인트벤처 공장의 생산량을 70% 줄였다.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직원 5천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내수 침체는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수출과 수입이 급감한 것은 시장에 큰 충격이었다.
지난해 12월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7.6% 줄어 2016년 7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수출 역시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했다. 이런 수출 감소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중국의 수출 업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보복관세를 피하려고 제품을 미리 수출했지만 이런 효과는 이미 사라져 수출 타격이 드러난 것이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투자도 미약하다.
미중 무역 전쟁 때문에 중국과 외국 기업들은 추가 투자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을 더 개방해 외국 투자 유치를 확대하려 하지만 강제적 기술이전과 중국 기업보다 차별적인 대우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다는 외국 기업의 불평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정부는 대규모 감세 등으로 경기를 떠받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이달 들어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 6개와 3개의 철도 사업을 승인하는 등 약 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허가했다.
다만 과거엔 대규모 부양책이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이미 천문학적 수준의 부채가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구사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경제 여건이 더 나빠지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경기부양 때문에 그림자 금융 단속 등 부채 줄이기 목표가 뒷전으로 밀린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중국 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원은 2019년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한 해"라고 지난달 전망했었다.
이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2019년에 'U자형'이나 'V자형'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L자형' 경기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6.5%로 낮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산당과 국유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민간기업은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 우징롄은 최근 세미나에서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간섭이 구소련식 계획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작년 경제성장률 6.6%…28년 만에 최저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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