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홍역 확산 조짐, 발빠른 대응으로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후진국 병'이라고 불리는 홍역이 확산할 조짐이다. 지난달 17일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한 달 사이 확진자가 26명으로 늘어났다. 지역 별로는 대구·경북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시흥 1명, 안산에서 8명 등 경기도에서 9명이 발생했다. 홍역과 같은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확산 여부를 가름한다. 방역 당국의 발 빠른 대처와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긴장의 끈을 놓을 경우 전국에서 5만 5천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던 2000~2001년의 '홍역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역 대유행을 겪은 후 정부는 2001년에 '홍역 퇴치 5개년 계획'을 세워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벌였다. 그 결과 2006년 홍역 발생률은 인구 100만 명당 0.52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기준(100만 명당 1명 미만)을 충족해 그해 11월 홍역 퇴치를 선언했다. 2014년에는 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받았다. 이 인증은 '한국산 홍역 바이러스'를 사실상 퇴치했음을 뜻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번지고 있는 이번 홍역은 동남아에서 유입된 바이러스 탓이라고 한다.
홍역과 같은 감염병은 개인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온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환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기침 예절'을 평소 생활화해야 한다. 홍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해야 한다. 의심 환자는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여야 하며 부득이하게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홍역 발생 지역으로의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출국 4~6주 전에 예방접종을 하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방역 당국은 단계별 조치 등 비상대응으로 홍역 확산을 막아야 한다. 우선 역학조사를 통해 홍역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작년 말과 올해 발생한 대구·경북과 경기 지역 홍역은 모두 바이러스가 동남아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확진자 가운데 해외에 다녀온 환자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은 홍역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있었던 20·30대 성인에 대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홍역 예방주사는 생후 12~15개월, 4~6세 때 두 차례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회 예방접종이 1983년, 2회 접종은 1997년에 시작됐다. 따라서 1회 접종에 그친 1983~1996년생이 특히 홍역에 취약하다. 이번에 감염된 의료진과 부모들도 모두 20~30대였다.
폐렴 등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병도 작년 말부터 신생아 사이에 번지고 있다. 인천, 시흥, 대구 지역에서 수십명의 환자가 발생해 일부 산후조리원이 폐쇄됐다. RSV 역시 홍역과 마찬가지로 환자와 접촉 또는 침방울을 통해 쉽게 전파되는 만큼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실천 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산후조리원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홍역과 RSV 등 감염병은 민관이 힘을 합해야 효율적으로 예방하거나 퇴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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